"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걸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도 그와 잘 지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 김정은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이뤄질까? 만약 만난다면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요구사항은 어떤 것일까?
1978년, 미국 카터 대통령이 이스라엘 베긴 총리와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의 회담을 중재하게 됐다. 카터가 CIA 분석관에게 "베긴과 사다트의 성격에 푹 빠지고 싶다"고 말했다. CIA는 카터에게 ‘베긴은 강한 신념을 가진 지도자로서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고, 사다트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서 국제무대에서의 역할을 중시한다’라는 심리적 프로파일을 제공했다. 카터는 베긴과 사다트의 성격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13일간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정보기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지도자들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성격적 특성이 그들이 내리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펜데믹으로 전 세계 정부는 새로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했다. 그러나 국가들의 대응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뉴질랜드는 완벽한 봉쇄정책으로 대응했고, 스웨덴은 사회적 거리두기 외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니카라과는 경제적 이유와 국민적 단결을 이유로 대규모 집회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뉴질랜드의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공감적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였다. 스웨덴의 뢰벤(Stefan Lofven) 총리는 자유를 중시했고, 니카라과의 오르테가(Daniel Ortega) 대통령은 정치적 동기를 우선하는 리더였다. 이들의 성격적 특성은 자국의 펜데믹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CIA가 세계 지도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챗봇(Chatbot)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CIA 챗봇은 대화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분석하도록 설계되었다. CIA 챗봇은 분석관들에게 더 깊은 통찰을 줄 수 있게 됐고, 분석관들은 챗봇을 통해 더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 평가를 할 수 있게 됐다.
CIA 챗봇이 기반하는 데이터에는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도자들의 공개 발언과 저서, 그들의 심리적 상태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언어적 행동과 비언어적 신호, 전략적 접근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과거에 내린 결정이나 정책이 포함돼 있다. 또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인·가족·친구·정치적 동맹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환경, 교육, 문화적 배경 정보 등 공개·비공개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자료가 포함됐다.
CIA 분석관들은 이제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외국 대통령과 총리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성사됐을 때, 김정은이 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어떻게 보일지 챗봇을 통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
작년 11월, 구글과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인공지능과 단 2시간만 대화하면 인공지능이 그 사람의 성격을 85% 정확도로 복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CIA 챗봇은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거기에 정보기관이 수집할 수 있는 온갖 내밀하고 과학적인 자료까지 수시로 더해진다.
김정은 본인보다 김정은을 더 잘 아는 챗봇이 탄생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대한민국 국정원에 김정은처럼 생각하고, 김정은처럼 말하는 챗봇은 없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