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현
석동현

정국이 한치 앞을 볼 수 없이 혼미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 석동현 변호사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럴 바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법정에서 싸우는 게 맞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 대통령과 대학 동기다. 그는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 공보관, 천안지청장,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특보단장을 지냈고, 2022년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지냈다. 2024년 3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했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석 변호사의 글이다. <편집자>

국민과 싸우라는 게 아니다. 공개된 탄핵법정에서, 대통령이 계엄선포까지 해야 했을 만큼 ‘제왕적’ 야당과 무도한 좌파세력이 먼저 주구장천으로 집요하게 저질러 온 불의(不義)한 국헌문란 행위들과 그 야만성을 소상히 지적하고 그것을 역사기록에 남겨야 한다

며칠 전 나는 우파 대통령이 또 다시 탄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린 적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이 부여한 임기가 함부로 또다시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제 입장을 바꾼다. 정말 어이없는 사정 변경이 벌어지니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 몇 시간 만에 끝난 계엄령 후 불과 사나흘도 안 되어, 검찰·경찰·공수처가 도대체 수사의 주체가 어딘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하듯이 계엄선포를 내란죄로 단정하고 소환 체포 수색 출국금지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꼴이다. 아귀다툼이 이보다 더할까.

친위쿠데타가 아닌 한 대통령의 어떤 행위도 법리상 내란죄가 될 수 없다는 법리도 모르고 수사의 ABC도 생각치 않는 그들 기관 중 어느 한 군데라도, 이재명과 그 범죄자 일당들 상대로 이런 식의 닥치고 수사를 시도라도 해본 적이 있나.

이런 꼴에 야당의원들이 삼삼오오 비웃는 입술로 축하주 마시며 표정 관리하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김병주 전 육군대장뿐인 줄 알았더니 우리 군에 웬 똥별들이 이렇게 많나. 거기다가 착각과 오만에 가득 찬 한동훈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면서 자기 당 대통령을 하루 빨리 물러나라 하고 야당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어쩔 수 없이 탄핵소추를 자청하고 헌법재판소의 법정으로 가는 길이 최선으로 보인다. 비굴한 직책 유지가 아니라 그것이 그나마 권위를 지키며 보수의 궤멸과 나라의 추락을 조금이라도 막는 길이라 여겨지기에 서둘러서 당당하게 밝히시라.

1. 야당의 국회 폭거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인 것이 맞고 대통령이면서도 달리 아무런 권한도,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고뇌 끝에 힘든 줄 알면서도 비상계엄의 길을 택했다.

2. 여당 의원들도 야당이 탄핵소추안 올리면 자유롭게 투표해달라. 결코 서운해 하거나 원망하지 않겠다. 나는 대통령 권한행사가 일시 정지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겠다.

3. 나는 헌법재판소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국가 비상사태의 엄중함을 설파하고 나의 계엄선포가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며, 내란죄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꺼이 내 운명을 맡길 것이다.

4. 그리고 법원은 시국에 관계없이 통상적인 절차대로 이재명·조국 대표에 대한 재판을 계속해 달라.

탄핵소추가 되고 헌법재판소 법정이 개정될 때, 정치적 꼼수가 아닌 진정한 정의감과 상식을 갖춘 변호인들이 다 나서 대통령을 도울 것이다.

얕디얕고 권세에 흔들리는 검찰·경찰·공수처 같은 수사기관의 밀실수사로는 대통령의 피끓는 심정을 100분의 1도 받아 적지 못한다. 거기서 무슨 말을 했는지 국민들은 아무도 모르게 된다.

계엄 선포가 가져올 후유증을 윤 대통령이 생각치도 않거나 못했을 걸로 야당 의원들의 지각 수준으로 쉽게 예단하지 말라.

헌법재판소도 현재 야당의 의도적 비협조로 헌법재판관이 결원되고 반 식물 상태지만 탄핵소추가 되면 안 뽑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헌법재판소에 대통령의 지위와 나라의 명운을 맡기는 것이 지금의 여야 당대표 이런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