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중진들이 권성동 의원을 추대하자고 하자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2일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중진회의를 열어 5선인 권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열린 4선 이상 중진회의를 마친 뒤 "굉장히 위중한 상황에서 한 분 정도 이의를 제기했지만 원내대표 경험이 있어서 복잡한 현안을 풀어가야 될 사람이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이 논의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권 의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친윤계로서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관련한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당내 및 당정 간 소통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원내 다수인 영남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중진이 원내대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캠페인 때 윤 대통령 비서실장, 대선 선거대책위 당무지원본부장을 맡았고 당선 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러자 친한계와 비윤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을 논의하는 시점에 친윤 핵심인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키면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국민 앞에 제시한 상황에서 친윤 핵심이 사태수습에 나서는 게 말이 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친윤계가 원내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당에 전이돼 사태 수습 과정에서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동훈 대표도 권 의원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 "중진회의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친한·친윤계 최고위원 숫자가 비등한 상황에서 친윤계가 일부 친한계 최고위원 사퇴를 유도해 한 대표 체제 붕괴를 유도하려 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

한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엄청난 상황에서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 ‘탄핵 반대’를 내걸고 사태수습을 자임할 경우 다가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이 지난 7일 표결에 참여한 데 이어 이날 김상욱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이 2차 탄핵안 표결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재섭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표결 참여 등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권 의원은 중진회의 직후 "중진의원 전부는 아니고 다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려운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아직까지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좀더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출마 등록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며 "일단 오전에는 많은 의원들 의견을 듣고 오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친한계에서는 김성원(3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신성범(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 등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중진회의에는 권영세·조경태·윤재옥·박덕흠·김상훈·이종배·나경원·조배숙·윤상현·박대출·이헌승·권성동 의원 등 20명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