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한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말한 "당정 협의에 따라 국정 운영할 것"이라는 데는 애초 해당이 되지 않는 게 맞다. /연합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한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말한 "당정 협의에 따라 국정 운영할 것"이라는 데는 애초 해당이 되지 않는 게 맞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두고 ‘내란’이라고 선동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매주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나 분위기는 2016년 11월 전국을 강타한 ‘탄핵 광풍’과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복해 시도할 경우 정국 추진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넘어 민주당에 오히려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7일 오후 5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탄핵촛불 시위대’가 이날 오후 이미 서울 여의도 일대를 가득 메웠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국회 본회의장을 지켜보고 있어 얼핏 보면 윤 대통령 탄핵이 임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김예지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김상욱 의원은 오후 6시 50분쯤 본회의장에 나타나 표결했지만,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에 따라 탄핵에는 반대했다"고 밝혀 야당 의원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은 이날 오후 9시 20분 종료됐고, 투표 정족수 미달로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민주당은 "매주 탄핵 표결을 하겠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위협했다. 8일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나눠서 매주 토요일 탄핵 의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사람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회기 중 1번만 가능하다"는 법을 피하려는 꼼수다.

노종면 대변인은 "매주 토요일로 (탄핵 표결) 날짜를 맞춘 것은 국민들께서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어서"라며 "전날(7일) 셀 수 없는 인파가 여의도를 꽉 채웠다. 그분들과 함께 이 일을 성사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아마 앞으로 토요일마다 집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여론몰이를 통한 선전선동과 대규모 집회가 뒷받침 된다면 법을 피하는 꼼수를 부려서라도 매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표결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맞서야 하는 국민의힘은 당장은 무기력한 모습이지만 거듭 탄핵을 부결시키면 민주당 등 야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일단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은 "이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표결 전부터 "윤석열 정부를 이대로 포기하면 내각제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개헌으로 가게 된다"라며 "특권의식에 젖어 권력을 세습하려는 자들에게 정권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세습’을 지향하는 민주당과 조국당, 개혁신당 의원들을 향한 지적이었다.

7일 밤부터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배경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민주당 등은 자신들의 구린 곳을 조사하려는 검찰을 벌써 20여 차례 탄핵했고, 이제 감사원장까지 탄핵했다. 미래에 필요한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자기네 연봉은 높였다. 산업스파이를 막을 간첩법 개정에도 반대했다. 입법부 거대 야당이 타락해 행정부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고, 사법부는 좌편향 인사들로 가득 차 독립성을 상실했다"라며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다만 변수는 국민의힘이다. 우선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이 문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7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내 의원들이 다시 추대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비상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탄핵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싸우는 중 원내 지도부 교체는 불가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던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당내 ‘친한계 내란동조자’들의 폭언과 비방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즉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내란동조자’들이 국민의힘 ‘전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표가 한덕수 총리가 아닌 자신을 ‘대통령 대리’라고 착각하며 전면에서 설치는 순간 국민의힘 전투력은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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