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대폭 감액과 단독 처리, 감사원장 및 검사 탄핵 추진 등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는 휘몰아치는데 국민의힘은 일사분란한 대응을 못하는 모습이다. 여당 내에서 한동훈 지도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당정이 합심해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일부 당직자들이 윤-한 갈등 논란으로 내홍을 일으키는 바람에 당정 지지율이 오르지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지도부 책임론도 제기했다고 한다.

통신은 국민의힘 내부 목소리도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윤-한 갈등 때문에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못 올라가고 있지 않느냐"라며 "이제 당이 좀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왜 자구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단합하지 않고 자꾸 뒤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여기에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 등 친한계 인사들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죽기 살기로 나오는데 우리는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 이러니까 웰빙 정당 소리 듣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정부·여당이 단합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 주요 당직에 있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친한계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도부에 속하는 친한계 의원은 "똘똘 뭉치자고 하는 분들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당정 갈등을 해소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야당의 예산 삭감이 유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원내 상황 아니냐"라며 원내 지도부의 탓으로 돌렸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원내 상황을 두고 ‘윤-한 갈등이 제일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 듣기 불편했다"라며 "야당에 대한 대응은 원내 협상 문제 아니냐,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의원총회에 한동훈 대표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등 야권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여당은 의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의원들이 품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공략한다거나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를 앞세워 야당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는 데 대한 당 안팎의 불평과 분노가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등 야권이 180석 이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야권의 ‘입법독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없기는 하다. 때문에 "야당 대응은 원내 상황 아니냐"는 일부 친한계 의원들 주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전체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지지율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이 단합하고 뭉쳐야 한다. 앞으로 그렇게 행동하자는데 많은 분이 공감했다"는 원칙론만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의 예산 단독 처리 등과 관련해 "각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의원들도 갖은 애를 쓰고 저항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횡포에 맞서 오는 4일 첫 장외 집회를 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