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미 ‘종전 특사’ 임명
우리나라를 찾은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정부에 무기 판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비살상 무기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두 달 뒤에 들어설 트럼프 정부의 기조 때문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오전 방한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용현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회담 후 특사단장인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은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했다. 하지만 이후 전해진 데 따르면 특사단은 우리 측과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무기 지원이 아니라 무기 판매를 요청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SBS에 "우크라이나가 판매를 적극 요청한 무기는 천궁 대공요격미사일, 국지방공레이더, 대포병 레이더와 같은 비살상 무기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55mm 포탄의 장약도 팔아줄 것을 요청했다. 155mm 포탄을 팔 수 없다면 장약이라도 어떻게 팔아달라는 호소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검토 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수출은 대외무역법 등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무역법은 전쟁지역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또한 방산수출 호황도 무기 판매가 어려운 이유였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판매를 요청한 천궁은 이미 생산 물량이 달리고 있어 2030년에나 인도할 수 있고, K9자주포와 K2전차, 천무 미사일 또한 수출할 재고가 없다는 것이다.
방송은 또한 복수의 방산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LIG넥스원, 한화,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도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무기 구매 관련 연락을 받았는데 국방부는 방산 업체에 개별 접촉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방부 등 정부의 입장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일단 비살상 방어용 무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수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취임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때문이라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내년 1월 21일 취임할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전략에 발을 맞추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무기를 판매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미국과 틀어지게 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도 본격적인 대립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실제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한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이 전쟁에 개입하고 한국도 개입을 고려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월츠 내정자는 "지금은 책임 있는 종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외교적 수사라고 풀이한다면 무기 수출은 물론 지원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에 지난 27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했다. 자신이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작업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켈로그 전 보좌관은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있는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최근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전략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