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권태오

지난 1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44세 예비역 육군 소령이자 폭스 뉴스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선자의 측근마저도 깜짝 놀라며 대체 헤그세스가 누구냐고 묻는 등 전혀 예상 밖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는 이내 그가 경험도 없고 극우 기독교 신자이며 성폭행 전력도 있고 온몸에 문신도 했다는 등 여러 문제를 거론하며, 지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물론 헤그세스도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피트 헤그세스는 2003년 프린스턴 대학 시절 ROTC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주 방위군 보병 소위로 임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쿠바의 관타나모 기지 등에서 근무했다. 이라크에 있는 동안 두 번의 동성(銅星)훈장을 수상했다.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귀국 후에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미네소타 주 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후 폭스 뉴스 진행자가 됐다.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특수부대요원들을 사면하도록 권고하고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참전 군인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는 2024년 4월 <전사에 대한 전쟁>(The War on Warriors)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미군에 대한 평가와 동맹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먼저 군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현재 미군이 진보 좌파 장군들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졌고 이대로 간다면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로 사관학교 출신들이 엘리트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실력주의가 외면됐고, 정치군인들이 정의·공정·올바름을 핑계로 동성애자·트랜스젠더도 군 입대를 허용함으로써 군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성들에게나 적합한 그린베레, 네이비 씰 등 특수부대에 여군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결국은 이들 부대의 전투력을 저하시켰고 군을 여성화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좌파를 미국 국내의 적이며 미국의 파괴자라고 불렀다. 국방부의 이름을 원래 명칭인 ‘전쟁부’로 바꾸자고 하고, 군에서 은퇴한 장군이 10년 동안 방위사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정세에 대한 견해를 보면, 나토(NATO)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자만심만 강하지 힘도 없는 나토 국가들이 자체 방위에 충분한 돈을 쓰지 않으면서,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 오래되고 편파적인 방위 협정을 미국에게 존중하라 강요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푸틴을 ‘전범’이라고 불렀고 이란 정부는 ‘사악한 정부’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격파하기 위해 전념하는 군대’를 만들고 있는 국가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강경하다.

전반적인 생각이 트럼프 당선인과 완전히 일치되고 있다. 왜 트럼프가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재향군인부 장관으로 고려됐을 정도의 인물이 바로 이 헤그세스인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300만 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 직원이 있으며 연간 8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조직이다. 헤그세스가 이 조직의 수장이 된다면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경험 없는 인물이 세계 최강의 조직을 지휘하는 커다란 시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려도 있지만, 트럼프의 신임이 두텁고 헤그세스의 군에 대한 진단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기 때문에 세계 최강 미군 만들기가 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헤그세스의 현재 미군에 대한 진단은 개혁과 혁신이 절실한 우리 국군도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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