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지난 7일 비트코인 국내거래가격 시황판. 트럼프 당선자의 암호화폐 경제전략은 국내에서 풀이하는 것과는 달라 보인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지난 7일 비트코인 국내거래가격 시황판. 트럼프 당선자의 암호화폐 경제전략은 국내에서 풀이하는 것과는 달라 보인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된 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미 현지시간 11일 오후에는 8만 8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그저 암호화폐 전성시대로만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기간 중 발언을 복기해보면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폭등은 그의 정책 기조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는 반대하고, 당국 규제를 벗어난 ‘탈중앙화 금융’에서 미국이 또 한 번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비트코인’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처럼 탈중앙화 금융을 지향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정부에서 모든 통화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기존 통화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으로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로, 엔 같은 기축통화를 기준으로 상대적 가치를 평가 받아 통용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조절한다.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거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다. 중국이나 북한 같은 독재국가는 전 국민의 자산을 통제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을 통제한다. 때문에 약소국이나 독재국가는 당국의 고시 환율과 실제 시장 거래 환율이 다른 경우가 많다.

중국은 무역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분적으로 자율적인 외환거래제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여기에 불만을 느끼고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기존의 지폐를 모두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실물 화폐처럼 은닉할 수도 없게 만들어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총통화량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점은 ‘계획경제’를 지향하는 독재국가에게는 매력적이다.

외환투기세력이 자국 통화 가치를 폭락시키거나 폭등시키기 어렵고, 총통화량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CBDC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인지 적지 않은 나라가 CBDC 도입을 고민 중이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세계 50여개 국이 CBDC에 대해 연구 중이다. 다만 대부분의 나라는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표준화한 뒤에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자는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를 역이용해 미국이 금융패권을 쥐는 데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비트코인’을 일종의 전략자산으로 삼아 향후 5년 동안 100만 개를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상에 반대하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는 미 정부와 따로 움직이면서 시장에 강력히 개입하는 연준식 ‘중앙화 금융’을 배제하고,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 금융’으로 중심을 옮겨 미국이 금융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식 CBDC와는 거리가 먼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중국식 CBDC 도입을 한국은행 등이 중심이 돼 연구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은행 내 일부 세력은 기획재정부와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보기에 최악인 ‘친중식 디지털 경제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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