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4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한동훈 대표와 면담을 갖는다. /연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4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한동훈 대표와 면담을 갖는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한다. 언론은 친한계 인사들을 인용해 이날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외부활동 중단 등에 대한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의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다. 한 대표는 당초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지만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하게 되면서 면담이 됐다. 한 대표는 독대가 면담으로 바뀐 데 대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 주제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변화와 쇄신 필요성, 민생 현안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놨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두고 야권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에 대한 해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JTBC와 인터뷰에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풀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나서 요구할 내용이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여사 특검법은 분명히 악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번 면담이 빈손으로 끝나고 여론이 계속 악화하면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와중에도 ‘독대’와 ‘면담’이라는 형식을 두고 친한계 내부에서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희는 독대를 원했고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을 포함해 삼자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다면 이쪽(당)에서도 비서실장과 함께 나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라고 했는데 용산에서 불편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현재 친한계의 생각이 엿보인다. 어떤 정권이든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한 몸이다. 그런데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면담 일정을 조정하면서 이쪽저쪽 ‘편’을 나눈다는 것은 친한계가 윤석열 정부를 ‘같은 몸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던 여의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들 외에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바로 ‘차기 대권주자’로 낙점해 달라는 것이다. 오는 11월 10일은 윤석열 정부 집권 절반을 넘기는 시기다. 이때에 맞춰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해주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의 공격을 자신이 대신 맞음으로서 레임덕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구상을 제시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추측 배경에는 친한계가 "윤 대통령이 정권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이런 친한계의 시나리오는 현실감각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호시탐탐 ‘탄핵’을 노리는 거대야권 앞에서 차기 대권 논의를 할 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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