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가 오는 3분기에도 실적 견인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정보들을 숫자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저장해주는 메모리 반도체로 AI 모델의 저장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낸드플래시의 일종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간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eSSD 매출 규모는 57억3840만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전 분기보다 52.7% 늘었다. 가격도 25% 넘게 오르며 공급 업체들의 매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의 배포 증가와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한 스토리지(저장장치) 수요 증가, 서버 브랜드의 수요 급증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는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가 구매를 계속 늘리고 있어 eSSD의 조달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eSSD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분기 대비 가격이 15% 상승하고, 공급 업체 매출은 2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는 AI 서버로 인해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올해 들어 공급 업체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고용량·고성능 eSSD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HBM을 포함한 D램 시장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eSSD 시장은 삼성전자가 43.2%, SK하이닉스가 자회사인 솔리다임 포함해 31.8% 등 우리나라 기업이 75%를 차지하며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같은 기간 양사의 eSSD 매출액은 각각 24억8000만 달러, 18억2400만 달러다.
삼성전자는 최근 ‘1테라비트(Tb)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9세대 트리플레벨셀(TLC) 양산 4개월 만이다. QLC 9세대 V낸드는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쓰기 성능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통해 eSSD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을 몇 비트로 저장하는지에 따라 SLC(1비트), MLC(2비트), TLC(3비트), QLC(4비트) 등으로 나뉜다.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다. 현재 업계 주류였던 TLC에서 QLC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4’에서 321단 TLC 및 QLC 4D 낸드 패키지 샘플과 321단 웨이퍼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238단 4D 낸드 기반 서버용 SSD ‘PEB110’ 개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내년 2분기 양산한다는 목표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eSSD의 수요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낸드플래시의 실적 기여도는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