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발레리나, 피아니니스트, 화가...1인 4역 '꿈 전도사' 윤계진
어릴적 아주 아파 소아과 의사 꿈...아픈 아이 치료하는 따뜻한 의사로
20대 지젤 공연 본 후 발레리나 꿈...불혹 넘겨 '지젤' 주인공 맡아 공연
꿈을 대하는 태도에 세상에는 세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세상에는 꿈을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꿈은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평생 이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아예 꿈을 꾸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라는 말씀의 연장선 상에서 꿈은 소망의 연속이에요. 마음에 품은 꿈을 행동으로 옮길 때 언젠가는 이루어지기 마련이에요. 다만 포기하지 않고 꿈의 무대의 링에서 내려오지만 않으면 되어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꾼 모든 꿈을 지나가는 삶의 정거장 마다 하나씩 이뤄내는 ‘꿈 전도사’. 도곡함춘 소아과 원장을 지내고 있는 윤계진씨를 최근 만났다. 그는 소아과의사, 발레리나, 피아니스트, 화가로 1인 4역의 삶의 산다. 그는 이미 아침에는 의사, 낮에는 화가와 피아니트스, 밤에는 발레리나로 활동하는 에너자이저로,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주목을 받은 유명인이 됐다.
윤 원장은 자녀들이 학교를 가기 시작한 40세 부터 어릴 때 숨겨 두었던 자신의 꿈을 하나씩 꺼내면서 꿈의 여정을 밟아 오고 있다.
1인 4역..."꿈은 이루어진다"
윤씨는 어릴 때 몸이 약해 부모처럼 자주 만나던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보면서 소아과 의사의 꿈을 꾸면서 결국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따뜻한 소아과 의사가 되는 꿈을 이뤘다. 20대 의대 재학 시절 우연히 캠퍼스에서 만난 ‘지젤’ 발레 공연을 본 후 발레리나의 꿈을 간직해 온 윤씨는 25년 만에 발레리나로 직업을 하나 추가했다. 그는 국내 프로 발레단에 입단, 스완스발레단에서 주인공 지젤의 공연을 펼치며 20대 청춘의 때에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 아름다운 지젤이 되는 꿈을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룬 것이다.
윤씨는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45년도 더 오래된 일이지만 도화지에 마음껏 자신의 감정과 자연을 표현해 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잊을 수 없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병원이니 발레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동안 바빴던 일상에서 잠시 ‘격리’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죠.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 준비하느라 접어 두었던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로망을 다시 기억해냈어요. 화가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 이때다, 싶었죠."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에 윤씨는 "갈 곳이 없어지면서 자연을 더 가까이 하는 시간이었다"며 "그래서 자연을 화폭에 많이 담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50대 중반인 지금 그는 다른 화백들과 함께 팀을 이뤄 갤러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주기적으로 전시회를 열며 열정적인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40세가 넘어서는 초등학교 때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고 레슨을 받으며 연습을 이어왔다. "지난해 갑자기 친구들과 오케스트라오 협연해 피아노 콘서트를 열게 되었어요. 프로 피아니스트와 아마추어 3명이 함께 광림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죠. ‘다음 기회는 없다, 저질러 보자’하면서 4개월간 연습했어요. 짧은 시간인터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는데 결국은 박수갈채를 받고 무대를 내려왔지요.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연 할 수 있을까 했지만 결국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채우니 결과는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콩쿨대회에서 아마추어 부문 2등에 입상했다. 윤 씨는 "가기 전에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과연 국제 콩쿨대회라는 곳에 참가해도 되는 걸까’ 고민을 많이 했다. 홍콩, 도쿄, 자카르타 등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과 바르샤바의 가장 아름다운 궁전에서 경연을 가졌는데 역시 삶은 도전해야 남는 것이 있다"며 "가보지 않으면 미련과 후회가 남지만 결과가 나빠도 배울 것이 있다"고 귀띔했다.
인생은 탐험···"우리는 소풍 같은 지구 학교에 다닌다"
끊임없이 꿈을 찾아 도전하는 이유를 물었다. 윤씨는 "인생은 소풍이니까, 모험이니까, 좋아하는 것을 찾아 무한대로 탐험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소풍 같은 지구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것을 배움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것은 ‘태어나서 고생 좀 해봐라’가 아니라 당신이 만든 지구에서 마음껏 누리고 지구 학교에서 배울 것을 배우고 오라고 하시는 것 아닐까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여기서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배움에 집중하다보면 깨달아지는 것이 생긴답니다."
윤씨는 평생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면 ‘꿈을 갖고, 꿈을 이루라’고 권면했다. 그는 "6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설레이며 두근거리는 일이 없어진다"며 "좋아하는 것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설레임이 샘솟고 두근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꿈을 이루는 방법은 간단하단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것에 멈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 이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윤씨는 "링에서 끝까지 내려오지 않고 버티면 된다. 누가 끌어 내리는 사람은 없다. 내가 내려가지 않으면 된다. 대학 때 피아노 전공자도 다 그만뒀다. 전공자도 아닌 나는 피아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저 멈추지 않고 계속 했을 뿐이다"라고 꿈을 이루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행복하면 ‘젊어진다’
윤계진씨는 상당한 동안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도 ‘동안’의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그의 동안의 비결 역시 꿈의 성취에 있었다.
윤씨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 ‘엔돌핀’과 행복 호르몬 ‘도파민’이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동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50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주름 없이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행복한 감정’에 있다는 것. "매일 하고 싶은 것이 샘 솟듯 올라오다 동안을 유지하는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고 있어요. 새로운 음악에 맞춰서 새롭게 시작하는 발레 동작, 새로운 피아노 악보, 새롭게 그리고 싶은 그림을 생각하면서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다 보니 3만원 짜리 중저가 화장품을 발라도 동년배들 보다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죠."
70대에도, 80대에도 지금처럼
"나의 70대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하는 것을 계속 하고 있겠죠. 발레 공연은 계속될 것이고 그림은 더 깊어져 있을 것이며 피아노는 보다 정교하고 풍부한 표현으로 곡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거에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꼭 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 한 가지라도 없다면 삶의 에너지가 없는 거거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나 자신과 계속 대화를 나눠야 해요.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하지 않았던 아주 어린 시절, 내가 순수하게 좋아했던 것을 찾아 내세요. 찾고 두드리고 행하세요."
그는 시니어들에게 ‘발레’ ‘피아노’ ‘그림’을 취미로 가질 것을 추천했다. 발레는 모든 운동 중 가장 과학적으로 연구가 잘 된 춤으로, 하체 근력 운동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낙상을 방지할 수 있다. 윤 씨는 80세에도 발레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발레를 하다보니 오십견은 커녕 운동하지 않는 20대 보다 체력이 좋다"며 "내가 노인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피아노와 그림 역시 뇌의 가장 넓은 부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노화 예방을 위한 최고의 취미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