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두희 베테랑 소사이어티 대표
퇴직후 '인생 2라운드' 맞은 5060...'새로운 배움'이 자존감 회복 첫 걸음
자녀 세대에 부양 짐 지우기보다 경륜·역량·노하우 사회에 환원해야
인생 스토리 나누며 전문성 공유...젊은시절 로망 실현 '새로운 청년기'
"5060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배웠으며 세대 가운데 자산도 가장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년퇴직 후 ‘인생 2라운드’에는 내가 로망하던 것을 ‘새롭게 배움’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하지요. 또한 배움을 함께 나눌 또래 집단을 새롭게 구성하고 배움을 ‘소비’함으로써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의 삶을 추구합니다. 과거 소극적인 노년을 맞이하던 ‘실버 세대’와 달리 현업에서는 벗어 났더라도 계속 성장을 추구하는 역대 가장 역동적인 세대라고 볼 수 있죠."
고려대학교 시니어마케팅연구센터 초대센터장 이두희 베테랑 소사이어티(이하 베소) 대표는 지난 25일 고려대학교 LG포스코경영관에서 가진 자유일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 2막은 배워서 남주는 삶"이라며 "시니어들이 고령화 사회와 인구 절벽 시대에 생산은 하지 않고 자녀 세대에게 부양의 짐만 가중시키는 사회적 문제의 핵으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취미와 일에 대한 배움을 통해 경륜과 역량과 노하우를 사회에 다시 환원시키며 이 세대의 거름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소사이어티가 하는 일=이 대표가 지난 2022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서 은퇴하기 전 창업한 베테랑 소사이어티는 ‘경륜과 열정을 겸비한 사회 베테랑들의 미래를 위한 최초의 주간 고품격 교육 및 소셜 프로그램’을 내세운 일종의 사설 교육 플랫폼이다. 은퇴자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의외로 은퇴를 준비하는 잘 나가는 현직 기업인들도 많이 찾는다. 베소에 등록한 수강생들은 고려대 LG포스코경영관에서 8주 동안 열정을 창출하고 자아 실현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배운다. 지금껏 6기의 수강생들이 수료를 했으며 기수당 50여명 씩 등록하고 있다.
5월24일에 시작하는 7기에서는 ▲신청년의 시대, 발상의 전환 ▲세계 여행 설레게 하는 여행법 ▲정형외과 의사에게 배우는 관절 관리 ▲뇌과학과 심리학 ▲부동산 감정 평가 재테크와 세테크 ▲염색과 헤어 관리 노하우 ▲중년에게 필요한 ‘다시 젊어지는 최신 미용학’과 줄기 세포 도움될까 ▲취미 농사와 귀농의 성공 비결까지 전방위에 걸친 16강좌를 통해 새로운 배움의 설레임을 일깨운다. 문종박 전 현대오일뱅크사장, 박한우 전 기아자동차 사장, 최규복 전 유한킴벌리 사장, 명랑핫도그 회장, 여타 중소기업 대표 등이 이 곳을 거쳐 갔다.
수료 후에는 ‘그들만의 세계’ 일명 ‘검증된 동창회’가 만들어진다. 배우러 왔다가 인생에 접점이 없던 이들 끼리 인생 스토리를 나누기도 하고 나의 전문성을 공유하며 다시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두희 대표는 "다양한 업종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으니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기도 하고 이해 관계 없이 도울 수 있게 된다"면서 "새로운 친구가 되고 서로 돕고 사는 우호적인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역삼역에서 베소(위스쿨) 수료자들과 함께 외부인들도 참여 가능한 오픈 클래스 단과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책 만들기, 향수 제조, 연극 희곡 읽기와 발성법 등 일반적인 문화센터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문화 센터의 가격으로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도 많다. "저도 ‘대머리여가수’ 희곡 읽기 강좌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5월9일 새문안교회에서 수강생들이 낭독극을 합니다. 몸짓 연기만 안 할 뿐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건데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배워서 남 주자"=베소에서 교육을 수료하면 이 곳에서 강의도 하고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자격도 갖게 된다. 1~3기 수강생 진영호 전 두산캐피탈 대표의 경우 3기 연속 수업을 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에세이집을 집필, 기업들의 강단에 서는 기회도 갖게 됐다. 재능 기부로 돈도 벌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가장 생산적인 케이스다. 기업 CEO 시절에 비교하면 ‘스몰 머니(적은 돈)’이지만 자존감을 지키는 삶을 통해 부러움을 받고 있다.
익산에서 KTX로 왕복 6시간씩 고려대까지 수업을 들으러 온 한 수강생은 "의료 폐기물 관련 신 사업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 나이에 뭘하나 덮어 두었다가 강의를 들은 후 인생관이 바뀌어 ‘신청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3기 수강생이었던 세계적인 성악가 김남수씨는 오픈 클래스 단과 수업의 강사로 서게 되면서 수강생이 그로부터 레슨을 받고 교회 성가대 찬양 때 발성이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수강생으로 왔다가 학생들에게 ‘회사에서 생존하는 법’ ‘선후배와 잘 지내는 법’ ‘나의 전문성을 키우는 법’ 등 멘토링 재능 기부를 하다 기업과 연결돼 강단에 서는 일도 있단다.
◇베이비부머는 에베레스트도 오르는 최초의 신인류 ‘신청년’=과거 기업들과 손잡고 컨설팅을 통해 LG전자의 엑스캔버스 신제품, 엑스노트, 김장독냉장고, LG초콜릿폰 등 무수히 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마케팅 전문가 이두희 대표는 우선 5060세대를 ‘신청년’으로 재정의했다. 새로운 청년기의 삶을 시작한 이들은 과거 가족과 회사를 위한 삶에서 이제 나를 위한 삶을 사는 최초의 신인류라는 것. 이 대표는 "특히 여전히 에베레스트도 등반할 수 있는 정력과 열정이 있는 5060세대에게 있어 ‘시니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며 "이들은 젊은 시절의 로망을 실현하는 인생의 진정한 리즈(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돈, 시간, 지혜, 경험이 부족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시간 ▲경륜·역량·노하우의 최대치 ▲남 눈치 보지 않는 자유 등을 가진 ‘3대 부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두희 대표는 "대한민국의 허리인 5060세대는 재래식 사고의 틀을 깨고 사회를 계몽하고 개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사회가 나아갈 미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롤 모델 시니어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다시 배워야 하는가="30년 학교 다닌 것을 30년 회사에서 소모 당하고 앞으로 또 30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데 2라운드 인생에서 써먹어야 하는 학업의 기회가 없는 거에요.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은퇴 후 연주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적극적으로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전면에 모시고 사회 변혁을 일으켜야 했다고 생각했지요. 2라운드 인생을 위해 신청년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찾고, 새로운 취미를 찾고, 안 해 본 일을 하도록 돕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자원봉사, 재능기부일 수도 있고 프리랜서 일 수도 있는 거죠."
이두희 대표는 "생산 현장에서, 자녀 양육에서 은퇴한 시니어가 다시 가슴이 뛰기 위해서는 인생의 불확실성의 설레임을 되찾아야 한다. 소개팅, 첫 직장, 처음 입학 등에서 설레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안 하던 행동, 안 하던 일을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창조해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불확실성으로 내딛는 첫 발걸음이 바로 ‘배움’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취미를 갖는 것이 불확실성의 즐거움을 누리는 가장 쉬운 일"이라며 "무언가를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계속 생긴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젊은 시절 로망인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하면 서투른 초보 단계에서 전문가 단계에 이르기 까지 계속 새로운 도전과 탐험 정신을 발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은’ 시니어들의 이중성을 띤 ‘가심비 소비’=기업들은 시니어들이 소비에 인색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시니어 시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들의 소비 행태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게 시니어 마케팅 전문가가 된 이 대표의 분석이다. 젊은 시니어들은 가족과 회사를 위해 살았던 삶에서 떠나 이제는 ‘내 이름이 살아있는 삶’을 로망한다. 따라서 나를 위한 투자에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 하지 않는다.
교통비는 아끼면서 자신의 취미 생활에는 가심비 소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소비)를 즐긴다. 이유는 ‘인생의 마지막 자락’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두희 대표는 "지난 몇 년 간 빅데이터 회사와 손잡고 시니어 트렌드와 행동양식을 등을 분석한 결과 작은 것을 아끼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아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버스비는 아끼더라도 수 백만원 짜리 악기에는 지갑을 열고, 7,000원 짜리 칼국수를 먹는 대신 여름부터 일본 스키장을 예약하기도 하고, 취미 당구에 300만원 짜리 큐대를 구매할 정도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