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유엔대사 “북한 제명, 중국‧러시아 거부권 행사가 장애물”

10년만 안보리 의장국 수임한 한국...“한반도 문제 집중적 다룬 기회”
“한미일 협력 등 정당성 확보, 안보리 통해 국제적 대세 잡아 나가야”

“북한인권, 기대 이상 관심...공동발표 60국 참여‧절차투표 12국 찬성”
“북한문제 해결 유일한 길은 국제사회 지속적 압력...점진적 변화 모색”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문제 기자회견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대표자로 나서서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문제 기자회견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대표자로 나서서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국제법에 위배되는 지속적인 도발 등 북한의 행태는 유엔 회원국 제명 요건에 해당합니다. 다만 (저희는) 북한과 계속 관여해야 할 필요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 제명의 요건에 해당되기는 합니다. 유엔 헌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행동과 그런 레토릭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지난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 수임을 마친 뒤 가진 이날 VOA와의 질답에서 황 대사는 북한을 유엔에서 제명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만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가 장애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격하하려면 헌장 개정이 필요한데 사실상 헌장 개정에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안보리 조치 결정  거부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헌장 개정에도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며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지위를 격하하는 것은 유엔 테두리 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北 미사일 쏠 때마다 안보리 차원서 항상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황 대사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계속되는 군사 도발에 대해서는 “미사일을 쏠 때마다 계속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수는 없지만 안보리 차원에서도 항상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이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상당히 군사적으로 밀착되고 있고, 북한의 정책과 레토릭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 /로이터=연합
황준국 주유엔 대사. /로이터=연합

한국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한 성과에 대해선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가자 사태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휴전과 인질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의장국인 상태에서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자 사태의 진전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안보리의 북한 제재에 대한 한계와 관련해서 황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전 유엔 회원국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추가 제재 등의 결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지금 어렵다”면서도 “독자 제제나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간 안보협력 강화 등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엔, 특히 안보리 논의를 통해 국제적인 대세를 우리가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과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보리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이전이나 군대 파견은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조심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안보리 논의를 통해 사안의 성격이나 심각성에 대해서 유엔 회원국들이 잘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없어진 후 대안에 대해서는 “지금 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패널에 대한 대체 메커니즘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대안이 있기가 어렵다”며 “한국 미국, 다른 우방국들과 함께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 “北 사이버 위협, 핵미사일 프로그램 재원 마련에 결정적인 역할”

한국이 지난달 의장국으로 그동안 안보리가 다루지 않던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 주제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 사이버 위협은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재원 마련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인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도 “지난 수십 년간 정착돼 온 국제법이나 규범들을 사이버에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주요국 간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북러 무기거래 주제 안보리 회의 주재하는 황준국 대사. /AP=연합
북러 무기거래 주제 안보리 회의 주재하는 황준국 대사. /A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문제 등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한 인권 문제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이번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언론 공동 발표문에 60개국이 참여를 했는데, 이제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높은 숫자였다. 특히 대사들이 직접 다 나와서 참여를 했다. 또 절차 투표를 중국과 러시아가 요청했는데, 12개국이 찬성을 해서 통과가 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공식 회의한 이래 최고 높은 숫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권 유린이 멈춰야 북한 핵 개발도 멈춰진다. 인권 유린과 핵 개발은 쌍두마차와 같다”며 “결국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력, 그것을 통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변화 모색이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유엔 안보리 회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을 다루는 특별 법정 설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총회 결의라는 것이 구속력도 없고 특별재판소는 그 해당 국가의 동의나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인데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우리 법무부가 북한 인권기록보존소 활동을 통해 장래에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사법적 책임 규명 차원에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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