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일제 차량만을 골라 소위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는 사례가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일제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을 친일파로 매도하고 위협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의도임이 뻔하다. ‘대구법원에 갔다가 누군가 차에 이상한 것을 꽂아뒀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의 작성자는 "신기한 경험이다. 제 차(도요타)뿐만 아니라 렉서스와 혼다에도 꽂혀 있었다"고도 남겼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국내에서는 ‘일본에 가지 않고, 일본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노재팬’ 운동이 일었다. 하지만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여행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이미 299만 98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1000만 명을 넘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올해 일본을 다녀오는 셈이다.

일본 애니매이션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 등 역시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월별 박스오피스 순위에는 지난 2월 ‘귀멸의 칼날: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가 5위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수 49만 7320명을 기록했다. 또 최근 개봉한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은 4위로, 23일 기준 42만 5378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처럼 일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청년층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은 낮아지고 호감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방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일본 여행사와 언론사 관계자를 초청해 팸투어를 진행했다. 일본 전국 각지 100여 명의 여행업 관계자가 전주 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간 완주 아원·소양고택을 둘러보는 한편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 대구 사유원 등 신규 관광지도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으로 가는 관광객 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인들 역시 1순위 여행지로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는 그들이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자유 진영의 큰 축을 담당하며 동북아 최전선에 있는 두 국가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있어야 할까. 더욱이 반일 감정이 가장 높다는 4050세대가 본인들도 겪지 않은 일제시대에 과도하게 몰입, 한일 양국의 새로운 청년세대의 교류를 방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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