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송인의 초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 탈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라고 했다. 북한학을 전공하고 방송도 기획하고 평양에도 가보고 금강산과 개성에도 가보았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의문점이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북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이념의 잣대로만 접근하면 북한 사람은 전부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처형 및 처벌 대상이다.

지금은 안 하지만, 오랫동안 진행했던 반공교육은 북한 사람을 얼굴이 빨갛고 이마에 뿔이 달린 마귀로, 인간다운 모습은 없고 오로지 ‘공산혁명’만 부르짖으며 남침 기회를 노리는 악당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 사람이 정말 뿔 달린 마귀처럼 생겼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고 개성공단에서 북한 주민과 함께 일한 사람들도 있고 탈북민도 3만4000명이 된다.

반공교육 효과가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정착에 걸림돌인 경우가 있긴 하다. 탈북민을 무턱대고 ‘빨갱이 물’이 빠지지 않은 존재로 경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위장 탈북 간첩 사건이 터지거나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 도발이 발생하면, 당치도 않은 이유로 ‘권고퇴직’ 당하는 탈북민들이 생겨난다. 탈북자 취업 실태가 열악한 이유를 기술 부족·건강 상태·문화 차이 등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편견이 더 문제다. 그러니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거짓말하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다.

탈북자는 진짜 독재의 맛이 어떤지 체험한 산증인이다. 공산주의가 얼마나 허황하고 망국적인지 굶주림을 통해 절감한 사람들이다. 북한을 제대로 알려면 북한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북한 엘리트층에도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과 양심적인 사람이 따로 있다. 일반 주민 속에도 악한 사람이 있고 선량한 사람이 따로 있다. 독재정권에 종사해도 악한 사람은 악행을 즐겁게 할 것이고 양심적인 사람은 특별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하층에 살던 사람이 간부가 되더라도 천성이 악하면 악행을 한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그 땅에서 사는 사람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야 정확한 판단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