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항저우에서 북한 축구팀이 경기중 상대 팀 생수를 뺏아 마시다 경고를 받았다. 이어 패전 후 주심을 에워싸고 위협하는 장면이 UHD 고화질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2019년 대한민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도 이들은 욕설과 폭력적인 반칙을 일삼았다. 벤치에 있던 북한 선수들까지 텅 빈 김일성 경기장의 메아리를 이용해 온갖 괴이한 비명을 질러대며 일종의 대남 심리전을 구사했다. 진지한 전술이었겠지만 유인원들이 대거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의 전투 장면이 연상됐다.
사실 시키면 따라야 하는 북한 선수들이 죄가 없다. 스포츠까지 전쟁의 연장으로 보는 북한 선군체제가 빚은 촌극이다. 축구에만 그치면 모를까, 지난 8월 한미일 등 유엔 52개국의 공동 대북성명에 따르면 자의적 처형, 죽음의 수용시설, 연좌제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침묵이 약이라고 우기는 이들도 있지만, 가까운 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94년 흑인 차별법(아파르트헤이트)을 폐기한 배경에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이 있었다. 예술인들도 한 몫을 했다. 88년 6월 11일 스팅·폴 영·브라이언 아담스·마크 노플러 등 당대 최고의 록 스타들이 영국 웸블리 구장에서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지지하는 공연을 펼쳤다. 이에 전 세계 6억 시청자들이 남아공의 현실에 분개하기 시작했고 결국 만델라는 27년 만에 전격 석방됐다. 불의에 저항하고 자유를 외치는 록이 세상을 바꾼 순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이번 북한 축구팀의 행태를 조롱하는데 그치지 말고 수면 아래 체제 모순을 직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특히 정치적 시류에 편승해 지척의 인권 문제를 외면해온 기성 록 뮤지션들의 각성을 기대한다. TV에서 되지도 않는 예능인 흉내를 내거나, 심사위원 자리마다 나와서 독설로 소일하는 가짜 록커들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