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나돌던 북한 ‘제2 고난의 행군’에 대한 관측이 공식화됐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관련 사실을 언급했다. 아사자 상황을 정부 관계기관도 공유 중이라고 통일부 대변인도 직후 확인했다. 현 상황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에 버금간다. 평양을 제외한 중부 내륙 전체에서 대량 기근이 발생했고, 관련 사실을 영국 BBC 등 외신도 보도 중이다.
정말 아찔하다. 예전 북한 외무성은 첫 고난의 행군 때 22만 명이 죽었다고 밝혔지만, 최대 300만 명 아사자 발생이 정설이다. 김일성이 말했던 지상낙원에서 벌어진 인류 최악의 지옥도(地獄圖)였다. 이런 극한적 상황에서 저들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을 펑펑 날린다는 사실이 새삼 어이없을 따름이다.
자국민을 굶어죽이면서 무기 만드는데 목 매는 평양돼지 김정은에게 하늘의 저주가 피할 수 없겠지만, 분노에 그쳐서만은 안된다. 현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발언은 탈북자 김태산(전 체코 주재 북한무역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요즘 그가 부지런하게 SNS에 올리는 각종 글의 요지는 대한민국의 얼간이 정치인들이 섣부르게 북한 독재자를 돕지 말라는 경고다.
그에 따르면 300만 명이 죽어가던 시절엔 천조각이나 관조차 없이 알몸뚱이 시체를 그냥 땅에 묻었다. 물론 당시 김정일은 코빼기도 안 비쳤다. 놀라운 건 그런 국면에서 북한 주민은 희망 한 자락을 품었단다. 김일성·김정일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은밀한 바람이자,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조차 악몽이 됐다. 1999년 이후 남포항에 쌀 실은 남조선 배들이 들이닥쳤고, 번호판을 가린 군 차량이 부지런히 쌀을 실어날랐다. "솔직한 말로 당시 남조선 놈들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는 게 김태산 증언이다. 무엇이겠는가? 햇볕정책이란 이름의 사기행각을 벌인 전직 대통령 김대중에 대한 의로운 분노일텐데, 물론 딜레마는 딜레마다.
지금 다시 속수무책으로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을 저대로 놔둘 순 없지 않은가? 인도적 지원과 독재정권 살리기 사이에서 우린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그 전에 정확한 진상이 밝혀져야하고, 합리적 지원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 무조건 지원은 결코 있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