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12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까지 떨어졌다. /연합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12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까지 떨어졌다. /연합

해외 증시, 특히 미국 뉴욕증시로 향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박스권에 갇혀 횡보 또는 조정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증시와 달리 뉴욕증시는 주식 투자의 ‘엘도라도’로 부상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회의론과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12월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초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개인투자자들이 ‘동학개미’에서 속속 ‘서학개미’로 갈아타고 있는 것은 한국 증시의 위기를 대변하는 대목일 수도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16거래일간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월의 9조9570억원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 들어 지난 1월의 26조4780억원, 2월의 19조95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지난달의 11조7540억원과 비교해서도 15%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7거래일 밖에 없다. 코스닥의 12월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11조1800억원으로 지난 11월의 12조6000억원보다 줄었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총액 회전율 역시 낮아졌다.코스피의 이달 월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7.26%로 지난 2019년 12월의 7.02% 이후 최저치다. 월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올 1월 24.87%였고, 이후에도 줄곧 1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10%를 밑돌고 있다.

투자 주체 중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 역시 지난 9월까지 60%대를 유지하다 현재는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하락과 함께 이탈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의 동력이 약화된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횡보나 조정으로 대체재인 해외 주식과 암호화폐의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거래를 위축시켜 거래대금 역시 감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5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수급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하지만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며 투자 자금 역시 흘러나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미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중국 등에 상장된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196조222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 해외 증시, 그 중에서도 뉴욕증시를 찾는 이유는 시장 간 수익률 차이 때문이다. 이는 뉴욕증시와 한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3000조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으로 세계 기업가치 1위를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첫 거래일에 217.69달러(약 25만7000원)로 마감한 이후 이달 들어 지난 15일 334.65달러(약 39만7000원)까지 올라 연간 수익률이 50.46%에 달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 133.31%,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38.31%, 빅테크 기업 애플 35.13% 등 주요 기술주 역시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3000원에서 7만7600원으로 6.5% 떨어졌다. 올해 초 기록한 고점 9만68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더 크다.

해외 증시에서 뉴욕증시의 지배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즉 환차익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주식 투자를 통한 차익 실현→환차익 발생→미국 주식 재투자의 패턴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원화가 약세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자금을 달러로 전환하면 환차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부수적인 수입과 더불어 수익률 창출에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뉴욕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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