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政’은 바를正과 등글월문(회초리로 치다)의 조합이다. ‘잘못을 바로잡다’는 의미로 발전했다. 물 수(水)변으로 이뤄진 ‘다스릴 治’는 황하 물 관리(治水)가 ‘다스림’의 명분이었음을 엿보게 해준다. 두 글자 모두 갑골문엔 없고, 더 강한 권력이 등장하는 청동기시대 금문(金文)에부터 나온다.
19세기 중엽 출간된 중국의 한 세계정세 소개서(海國圖志)가 政+治 두 글자를 엮어 폴리틱스politics의 번역어로 쓰기 시작했다. 이 번역어는 주로 일본 출판시장에서 유행하다 한국어 ‘정치’가 됐다. 폴리틱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polis, 거기서 유래한 폴리테이아(politeia, 시민권·국가)에서 왔다. 라틴어 폴리티쿠스politicus(공공 사안과 관련된, 나라·시민에 대한 통치를 돌보는 일)와도 연관된다.
당초 근대 서구 사회에선 ‘파벌을 이루면서 벌이는 활동’을 험담삼아 ‘폴리틱스’라 불렀다. 차차 폴리티칼(political, 정치적·정치와 관련된) 폴리틱(politic, 현명한·신중한) 같은 형용사들이 파생한다. 1920년대엔 명사형 폴리티킹(politicking, 정치공작)도 생겨났다. 현대어가 된 폴리틱스는 ‘가치(재화)의 배분’ ‘국가운영 및 그에 영향을 주는 활동’ 등의 정의를 가진다. 1980년대 이후 ‘모든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권력관계로 보는 경향도 생겼다. 결국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해 뜨면 나가 일하고 저물면 돌아와 쉬네.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 먹으니, 제왕의 힘이 내게 무슨 상관이랴." 약 4300년 전 요·순 시절 나왔다는 ‘격양가’(擊壤歌)다. 장단 맞춰 땅을 두드리며 부르는 이 노래는 동양적 태평성대의 상징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채 잘 살 수 있다면 태평성대 맞다. 단, 모두가 정치에 무심한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타락한다. 자기보다 못한 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플라톤도 경고했다. ‘격양가’를 꿈꾸다 ‘격앙가(激昻歌)’를 부르는 사태를 맞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