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의 전동화 모델 판매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누적 기준 10%를 넘어섰다. 양사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612만2768대 가운데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카·수소차 판매량이 65만6479대로 10.7%를 차지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전동화 모델의 판매 대수는 무려 45.3% 증가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기아에 국한된 모습이 아니다. 대다수 완성차 메이커들이 미국·유럽·중국 등 3대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전동화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국내만 해도 신차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이 올 1~3분기 누적 기준 19%로 지난해 11%보다 2배 뛰었다"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 중인 각국 정부의 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미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교통·운송산업 혁신을 기치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 금지를 공식화했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2025년이나 2030년을 퇴출 시기로 정한 국가도 상당수다. 이에 관련 시장도 급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 리서치는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2019년 192조원에서 2027년 952조원으로 5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내연기관차를 버리고 그 자리를 물려받을 전동화 모빌리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전동화 전환 역량에 따라 향후 세계 완성차 시장이 재편될 개연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신모델이 다수 출시되는 내년부터 각사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올해 아이오닉5·EV6·GV60 등에 이어 내년에만 GV70·니로·아이오닉6 등 신차 12종 중 7종을 전동화 모델로 선보이는 공격적 행보에 나선다. 또 2025년까지 매년 20조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23종을 포함한 44종의 전동화 신모델을 내놓는다.
이렇게 연간 56만대의 전동화 차량을 판매하고, 이를 발판삼아 글로벌 ‘빅3’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1~2위인 폭스바겐그룹, 토요타그룹과는 연 100만대 이상의 격차가 있지만 3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사정권 수준인 연 40만~50만대 차이밖에 없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르노, 폭스바겐, 벤츠, GM이 각각 ‘메간 E-테크 일렉트릭’, ‘ID.4’, ‘더 뉴 EQS’, ‘볼트 EV’ 전기자동차를 앞세워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볼보의 ‘XC40’와 ‘C40 리지’, BMW의 ‘7시리즈’와 ‘X1’의 전동화 버전도 출격 대기 중이다. 지난달에는 전동화에 미온적이었던 닛산이 5년간 약 21조원을 전기자동차 개발에 투자키로 하면서 추가 참전을 선언했다. 내년 1월 전기 SUV ‘아리아’를 필두로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 15종을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전동화 신차 대부분이 전기자동차라는 사실에서 확인되듯 전동화 전환의 정점에는 전기자동차가 자리한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빅3 도약 승부처 역시 전기자동차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친환경차 중에서 순수 전기자동차가 ‘뜨는 해’라면 하이브리드카는 ‘지는 해’다. 일정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기자동차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카의 비중은 96.8%에 달했지만 2018년 66.9%, 2020년 52.3% 등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방증이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83% 커졌고, 같은 기간 국내시장도 96% 성장했다. 대표적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조차 향후 5년간 전기자동차 시장이 연평균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특징 중 하나로 1억원 이상 고가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내연기관차처럼 고객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완성차 업계에는 조속한 시장 확대를 이끌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