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2공장에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전용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 등에 이어 올해 초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했다. /삼성전자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메모리 부문 호조에 힘입어 점유율 16%를 기록하며 13%에 머문 2위 인텔을 제쳤다. 삼성전자가 인텔에게 뺏긴 ‘왕좌’를 되찾은 것은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처럼 반도체 분야 최강의 자리에 오른 삼성전자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대변되는 시스템반도체가 그것이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대만의 ‘파운드리 끝판왕’인 TSMC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만 봐도 TSMC가 53.1%, 삼성전자는 17.1%에 불과하다.

이런 삼성전자가 최근 회심의 반격을 개시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BM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부터 각각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파운드리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CPU는 극자외선(EUV) 기반 5나노, MCU는 16나노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파운드리 포럼(SAFE) 개최를 통한 고객사와의 협업 생태계 강화 전략의 결실"이라며 "TSMC와의 정상 결전을 앞두고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혀나갈 유의미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함락’을 목표로 TSMC 타도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를 위한 투자 계획만 171조원에 달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파운드리 생산라인 현장 점검으로 올해 첫 업무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투자에도 적극 나서 올 1월 평택 2공장에 파운드리 전용 EUV 장비를 도입했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최첨단 공정설비를 갖춘 평택 3라인 건설이 한창이다. 또 지난 11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를 확정했다.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테일러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상용 가동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모두 파운드리 리더십을 조기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평택 3라인과 테일러 공장이 100조원 규모 파운드리 시장 공략의 선봉장이자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양산 시점이 승부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게임 체인저로 선택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3나노 공정에 첫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핀펫(FinFET) 기술 대비 전력 효율을 높인 GAA의 효용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적어도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TSMC와 동등한 입장에서 수주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TSMC라고 넋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에 맞서 2024년까지 1280억달러(약 151조6000억원)를 파운드리 설비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지난 1년간 가시화된 신규 투자만 미국 애리조나주·일본 구마모토현·대만 가오슝 등 3곳이며, 현재 독일 정부와도 반도체 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신을 통해 인텔과 3나노 공정을 적용한 CPU 위탁생산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파운드리 ‘공룡 고객’인 인텔이 TSMC의 품에 안길 경우 삼성전자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TSMC 고객인 미국 AMD가 노트북용 CPU의 삼성전자 위탁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등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파운드리 고객사의 공급망 다변화 추세가 삼성전자에게는 판을 뒤흔들 기회가 될 것"이라며 "초미세 선단공정을 앞세운 양사의 공방 결과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재편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 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테일러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상용가동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전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 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테일러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상용가동 예정이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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