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미스유니버스 대회 전통복장 경연에서 일본 대표 와타나베 쥬리의 의상이 일본인과 세계인의 비판을 받고 있다. /AFP=연합
2021 미스유니버스 대회 전통복장 경연에서 일본 대표 와타나베 쥬리의 의상이 일본인과 세계인의 비판을 받고 있다. /AFP=연합

세계적인 미인대회, 미스유니버스에 일본 대표가 전통복장 경연에서 입고 나온 옷이 세계적 악평 세례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라, "해외에서 본 일본의 이미지"라는 지적에 일본인들의 충격은 더하다.

13일 허핑턴포스트 재팬에 따르면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랏에서 열린 제70회 미스유니버스의 일본 대표 와타나베 쥬리는 지난 10일 대회의 전통의상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입은 옷은 일본의 기모노(着物)를 재해석한 드레스였다.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기모노 착용방식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기모노는 일반적으로 왼쪽 옷깃이 위로 올라가고 오른쪽으로 여민다. 쥬리가 입은 옷처럼 그 반대의 여밈은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수의에 쓴다. "망측하다" "일본 전통을 무시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이 의상을 제작한 사람은 이스라엘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주일(駐日)이스라엘 대사관 트위터로 의상이 공개되며 "내년 일본·이스라엘 국교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하라주쿠 패션과 기모노를 융합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예쁘다" "귀엽다"는 댓글도 있었으나, "미적 감각도 격식도 없다. 일본의 역사·문화를 완전히 우습게 봤다" "일본에 대한 모욕" "이게 해외에서 보는 일본 이미지라면 너무 슬프다" 등등 비판적인 반응이 주류였다. 국화꽃을 형상화한 일본왕실 문양이 벨트에 붙어 있는 것도 문제였다.

제 70회 미스유니버스 우승자는 인도 대표 하르나즈 산두, 2위는 파라과이의 나디아 페레이라, 3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라렐라 음스와네. 한국 대표 김지수는 같은 무대에서 붉은색 대례복을 입었다.

전통의상은 그 나라의 문화를 상징한다. 한국·일본의 전통복장은 한쪽으로 여미는 기본 형식의 옷이 각각 나름의 미의식 속에 역사적인 과정을 거쳤다. 일본의 기모노는 일본을 의미하는 ‘야마토(和)’를 따 ‘와후쿠’로도 부르지만, 정식명칭 ‘고후쿠’는 오나라 옷(吳服)이라는 뜻이다. 실제 일본의 고대 의상은 중국 한나라 이전 춘추전국시대의 그것과 닮아 있다. 얼마나 아름답게 키웠냈는가의 문제지, 원조가 어디냐는 점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한편 ‘차이나 드레스’로 불리는 옷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였던 청나라 만주족의 민족 의상이다. 한족의 전통복장은 조선 이전 시대을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사극의 복식과 유사하다. 고대 동북아 지배층의 복식문화가 대체로 비슷했음을 알 수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민족의상이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것은 대체로 20세기 들어서다. 중국에서 우리의 한복을 소수민족 의상 취급하며 자국 문화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명·문화의 전파란 본래 ‘리메이크’의 연속이며, 나름의 미의식이 경제적 풍요·사회적 변천 속에 어떻게 성장했는가의 문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