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살이 빠지면 근육도 함께 빠진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
프랑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살이 빠지면 근육도 함께 빠진다’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연합

고도비만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통념인 ‘살을 빼면 근육도 빠진다’는 말이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내분비 분야 국제 학술지 ‘당뇨병, 비만 및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SEMALEAN 연구에서 평균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46의 고도비만 환자들을 1년간 추적한 결과, 위고비 투여군은 근육 손실이 3㎏ 내외로 전체 체중 감량의 약 18%에 불과했다.

위고비 투여군이 평균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감량된 체중의 대부분이 지방 감소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환자들의 몸이 단순히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지방은 줄고 근육은 대부분 유지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몸의 기능적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많은 체형인 ‘근 감소 비만(sarcopenic obesity)’을 가진 환자 비율은 49%에서 33%로 큰 폭 감소했다. 환자들이 체중은 줄었지만 몸의 구성은 오히려 더 건강한 상태로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실제 일부 환자들은 치료 전에는 근 감소 비만이었지만, 1년 뒤에는 이 진단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악력 등 근기능 지표 역시 개선되며, 체중 감량이 곧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지방 중심 감량과 근육량 보존, 근기능 향상, 대사 효율 유지까지 모두 확인된 최초의 리얼월드 장기 추적 근거다.

리얼월드 연구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약물이나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로, 의약품 개발, 허가, 시판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연구가 가능하다. 엄격한 통제 속에 진행되는 기존 무작위대조연구(RCT)에 비해 다양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며, 약물의 장기 효과와 실제 처방 환경에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유리하다.

그동안 비만 치료 시 가장 흔한 걱정은 살이 빠지면 근육도 같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였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근 손실이 발생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위고비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SEMALEAN 연구는 위고비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몸의 구성과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치료제임을 보여주는 근거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