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국가에 '독' 될까 '득' 될까
76년 동안 유지해 온 '상관 명령 복종의무' 폐지 입법 예고
소신 행정·수평적 문화 조성 취지 '위법 지시 거부권' 신설
'대장동 상소 포기' 반발 검사들에 '항명' 초강경 대응과 대비
軍도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거부 가능' 추진
76년 동안 유지돼 온 국가공무원법의 ‘상관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폐지되면서 공직사회 의사결정 구조와 성격이 변화를 맞게 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민주적 의사결정’을 존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공공부문에서 지시불이행 사태가 늘어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의 해명 요구를 ‘항명’이라고 몰아치던 여당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이율배반적 법 개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없애고 이를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꾸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공무원이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던 기존 방식을 없애고, 앞으로는 상관의 지휘·감독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이를 따르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처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현행 국가공무원법 57조를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그 직무 수행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고, 위법한 지휘·감독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국가공무원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인사처는 공무원의 ‘성실 의무’ 관련 조항도 고치겠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를 "모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로 바꾸겠다고 했다.
인사처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될 때부터 도입돼 76년간 유지된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폐지하는 배경에 대해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해 나가도록 하는 한편,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서는 이행을 거부하고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국가공무원법 개정 추진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인 ‘충직·유능·청렴에 기반한 활력 있는 공직사회 구현’의 일환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이번 법개정은 민주당이 최근 검찰 내부의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반발을 두고 ‘국기문란’ ‘항명’ 등이라는 말로 초강경 대응하던 상황과 배치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와 관련해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 고위 공직자는 "공무원이 좌파 정부 명령을 거부하면 항명이 되고, 우파 정부에서 항명하면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는 정의로운 투사가 되는 꼴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무원법 개정에는 근무여건 변화도 포함됐다. 육아휴직은 기존에 8세(초등 2학년) 이하 자녀만 가능했지만, 실제 돌봄 수요를 반영해 12세(초등 6학년) 이하까지로 확대된다. 난임 치료를 위한 휴직도 처음으로 독립된 휴직 사유로 마련됐다.
성비위 피해자 보호 기준도 강화된다. 성비위에 한정됐던 가해자 징계 결과 통보 의무가 스토킹과 음란물 유포 피해자에게까지 확대되고, 관련 비위의 징계시효는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앞으로 군도 위법한 명령에 대해 거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범여권 의원 10명이 발의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국방부는 제25조(명령 복종의 의무)에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의견을 냈다. 또 명령 발령자의 의무를 규정한 제24조에 ‘군인은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여 명령을 발령하여야 한다’는 문장도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