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부산 김해 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상호 방문은 글로벌 빅 이벤트로 국제 정세에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상호방문 자체로 의미가 깊지만, 그 영향은 양자 외교 차원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강(G2)의 미래가 달렸을 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 분야의 굵직한 이슈가 두 ‘스트롱맨’의 담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시 주석의 방중·방미 계획을 밝힌 트루스 소셜 글에서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말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았던 "3주일 전 한국에서 있었던 매우 성공적인 회담의 후속"으로 이날 전화 통화가 이뤄졌으며, 당시 양측의 펜타닐, 대두, 희토류, 반도체 등에 대한 합의가 이행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아래 보다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측면으로 미뤄 두 정상이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첨예한 갈등 요소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 주고받는 ‘빅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처음 거론했을 때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이 관세 부과의 ‘연장전’을 거듭하는 무역 갈등이 그의 방문 시기에 맞춰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미·중 무역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주요 원자재 및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문제,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자국 기업을 겨냥한 상대국의 규제 등의 일괄 타결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같은 경제 분야와 함께 안보 분야의 접점 모색도 관심사다. 인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미·중의 군사적 긴장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양측 모두 타격이 불가피한 무력 충돌로 치닫기 전에 ‘가드레일’(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시 주석과 공유했으며, 시 주석은 이에 "공평하고 항구적이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중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여가는 남미 국가들도 사실상 미·중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각 지역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패권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미·일의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만 문제를 양측이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는 한국의 안보에 직결된다.

두 정상이 지난 10월 부산에 이어 내년 중 중국과 미국에서 얼굴을 맞대기로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공화당의 재집권과 시 주석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정을 위해 서로 손을 잡는 ‘전략적 협력’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업 및 농가들의 지지, 국내 물가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시 주석 역시 실업률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수출 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물론 이처럼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경제·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다 보면 충돌 지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국의 근본적·구조적 갈등 구도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