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불거진 중국과 일본의 갈등상이 국제 외교 무대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에서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격까지 문제 삼는 양상이다.
23일 양국 외교 관계자와 언론 등에 따르면, 푸총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 무력 개입의 야심을 표명했다"며 다카이치 총리를 비판하는 내용의 서한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앞서 그는 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는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없다"고 천명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리창 중국 총리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남아공이 중국 입장에 호응했다"며 "중국은 남아공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신흥국 등의 지지를 과시하며 다카이치 내각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HK는 "G20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시간에 다카이치 총리가 외국 정상들과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리 총리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리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의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중국과의 대화에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긴장 완화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며 "일본은 국제회의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의 원칙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리쑹 오스트리아 주재 중국 국제기구 상임대표는 이날 IAEA 이사회에서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걸으려 한다면 국제사회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 3원칙’을 둘러싼 다카이치 내각의 자세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재검토할 의사를 내비친 데 대한 비판이다.
이번 중일 갈등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는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방국가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대중국 의회 연합체’는 지난 20일 "대만해협의 긴장에 수반되는 위험에 경종을 울렸으며 지극히 정당하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중일 갈등이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국제 외교·안보, 경제, 원자력 등 여러 방면에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중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