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유병호 감사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 때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유병호 감사위원이 정상우 현 사무총장에게 ‘엿’을 보낸 기이한 행적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행위로 해석된다. 또한 감사원 내부 갈등의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20일 감사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사무총장 취임 후 구성된 쇄신 TF의 부당함을 주장해오던 유 감사위원이 지난달 감사원 사무총장실에 엿 상자를 선물로 보냈다. 정 사무총장 측은 이 ‘엿 선물’을 즉시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사무총장에 임명돼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주도한 유 위원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쇄신 TF와 관련해 "구성 근거, 절차, 활동 내용 전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난 11일 최재해 전 감사원장 퇴임식장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영혼이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스마트폰으로 가요 ‘세상은 요지경’을 틀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유 위원의 반발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쇄신 TF 사무실을 캄보디아 범죄단지 ‘웬치’에 비유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좀비처럼 영혼 없이 살지 말자"고 밝혔다.

이번 유 위원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의 불만을 넘어서, 감사원 내부의 갈등과 정치적 긴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 사무총장이 쇄신 TF의 설립을 주도했다는 사실과 쇄신 TF가 윤석열 정부 감사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이 충돌하는 양상인 것이다.

유 위원의 행동은 그가 과거에 수행했던 감사 활동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된 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제성 조작을 밝혀낸 바 있다. 지난해 2월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그는 감사위원으로서 2028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유 위원을 조기에 퇴출시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 사무총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쇄신 TF는 전임 정부 당시 진행된 감사들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유 위원의 이번 행동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당한 자기 점검인 TF에 엿을 보낸 것은 검증을 거부하는 태도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인사는 "정권 바뀌었다고 전임 정부 감사들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감사원 내부의 반발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사원이 아니라 정치 무대가 된 느낌"이라며 유 위원과 함께 쇄신 TF 자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쇄신 TF는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유 위원도 계속 TF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꺾지 않을 태세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TF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갈등은 다시 증폭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