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생색낼 일 없어
ISDS 판정 취소 신청은 윤석열 정부 결단

민주당은 무효 신청 반대하거나 회의적
김민석, 서울시장 선거 안 나온다지만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 투자 분쟁(ISDS) 판정 취소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한 것을 18일 직접 브리핑하며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말한 것을 두고 때아닌 ‘숟가락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지난 정부의 노력을 지우고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며 "승소의 공을 가로채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뻔뻔하다 못해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은 없다’. ‘취소는 불가능하다’, ‘소송비만 늘어난다’며 소송을 추진해 왔던 지난 정부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민주당이 하라는 대로 했으면 오늘 대한민국은 4000억 원을 론스타에 지급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소송 추진 당시 승소 가능성을 깎아내리고 근거 없는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국가 대응을 흔든 바 있다"며 "그러다 결과가 나오니 뒤늦게 생색을 내며 호들갑스럽게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김민석 총리가 진정으로 국민 세금을 지키고 국가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부당이득 7800억 원 환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날을 세웠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 투자 분쟁이 벌어진 건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입하여 2012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하여 4조 원 후반대의 차익을 남기고도 한국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 절차를 지연하거나 부당 개입함으로써 매각 가격이 낮아져 약 6조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면서다.

2022년 ICSID 중재재판부는 한국 정부에 약 2800억 원의 배상 결정을 내렸다. 중재재판부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액수의 4.6%만 인정했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배상금은 4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는 모두 2023년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론스타 측은 배상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고, 한국 정부는 그 정도면 선방했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배상이 부당하다고 보았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정부는 승인 심사 과정에서 국제 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하게 대응했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며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정부는 이번 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했으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승소 가능성은 낮고 배상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한 전 장관이 18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한 배경이다.

ICSID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판정이 취소된 사례는 1.5%에 불과하다. 당시 정부의 결단이 정확한 법리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이재명 정부의 공은 없을까.

론스타 사건 관련 실무를 총괄한 정혹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지난 1월 런던에서 3일 동안의 구술심리가 있었다"며 "심리 과정에서 취소위원들이 적법절차 위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하신 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약간의 어떤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국장의 설명은 취소 신청 당시 법무부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모든 과정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에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김 총리가 법무부 차원에서 브리핑해도 될 사안을 애써 본인이 나섰을 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공이라고 한 걸 두고 세간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겠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김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김 총리가 연이어 종묘 앞 개발, 한강버스, 감사의 정원 등 오세훈 서울시장 추진 서울시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출마를 위한 행보로 보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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