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의 응고 침팬지들은 오랫동안 이웃 집단과 폭력적인 충돌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충돌은 죽음을 초래할 만큼 격렬해 ‘침팬지 전쟁’으로 불린다. 이 치명적 폭력이 단순한 공격 행위가 아닌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목적과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브라이언 우드 교수와 미시간대 존 미타니 교수팀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내 응고고(Ngogo) 침팬지 무리 간 충돌과 이후 영향을 장기간 추적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우드 교수는 "응고고 침팬지 집단의 사례는 집단 간 연합적 살해가 실제로 영역 획득과 번식 성공 증가로 이어진다는 첫 직접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집단 간 공격성의 진화적 기원과 그것이 번식 성공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응고고 침팬지 집단에서 발생한 치명적 충돌을 추적했다. 이 기간 응고고 수컷들은 이웃 집단 구성원 최소 21마리를 죽였다. 이중 13마리는 응고고 영토 북동쪽 지역에 살던 개체였다.
사망 사건 이후 응고고 집단의 수혜는 뚜렷했다. 2009년까지 영토 확장이 이뤄졌으며 그 규모는 약 6.4㎢로, 전체 영역의 22%가 증가했다. 이는 야생 침팬지 연구에서 매우 이례적인 수준의 확장 폭으로, 집단 간 충돌이 단순한 갈등을 넘어 자원 확보 전략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영토가 확장되자 응고고 암컷들의 번식력도 즉각 상승했다. 확장 전 3년 동안 암컷들이 낳은 새끼는 총 15마리였다. 그러나 확장 후 3년 동안 출생한 새끼는 37마리로, 번식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더 놀라운 변화는 새끼 생존률에서 확인된다. 연구 이전에는 생후 3년 이내 새끼의 41%가 사망했다. 하지만 확장 후 같은 기간 사망률은 8%로 떨어졌다. 생존률이 5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미타니 교수는 "돌아보면 출산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알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있었지만, 실제 수치가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목격한 것은 매우 높은 숫자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번식 성공과 영토 확장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배제했다. 우선 영아 사망률이 높아 암컷이 더 자주 출산했을 가능성은 부정됐다. 실제로는 사망률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먹이 자원이 증가해 번식률이 높아졌다는 설명도 배제됐다. 연구팀은 "응고고의 기존 핵심 영역에서는 과일 자원이 오히려 안정되거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론은 명확하다. 영토 확장이 암컷의 영양 상태와 건강을 개선했고, 이는 번식력과 새끼 생존률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침팬지들의 연합적 폭력 행동이 진화적으로 선택될 수 있는 실질적 이점을 제공한 셈이다.
우드 교수는 "이 발견은 왜 침팬지, 그리고 어쩌면 초기 인류 조상들이 협동적 폭력을 진화시켰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토 확보는 곧 번식 성공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드 교수는 이어 "인간은 다행히 갈등을 해결하고 피하는 능력을 발달시켜 식량 부족·영토 폭력·제로섬 경쟁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인간 사회의 진화적 특성이 침팬지와의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야생 침팬지의 ‘전쟁’ 행동이 어떤 조건에서 선택되고 유지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체군의 적응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이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폭력과 협동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