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 /연합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거꾸로 뒤집힌 지형에서는 한국이 가장 중심부에 놓인다"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주한미군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해설하는 글을 통해 "한반도가 넓은 전구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며 한반도에서 유지되는 억제력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정으로 확장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의 지시로 올해 초부터 한반도의 남북이 180도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내부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지도엔 경기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기준으로 대만, 마닐라, 베이징, 도쿄, 평양까지의 직선거리가 표시돼 있으며 북한보다 대만, 필리핀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이 때문에 지도 공개 직후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보다는 대만 침공,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과 연계된 대중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번 발언은 주한미군의 대북 대비태세에 대한 강조 없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에만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대중 견제가 핵심인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전임 폴 러캐머라 사령관의 "주한미군의 임무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한미동맹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발언과 대비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뒤집힌 지도 관점에서 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은 세 개의 분리된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인다"며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동맹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미 존재하는 지리적 관계를 인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 발언 또한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 한국, 일본, 필리핀의 4자 협력 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브런슨 사령관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발언은 지난해 취임 이후 계속돼왔다. 그는 지난 5월 15일 미 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는 "주한미군은 북한 격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으며,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라고 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미군 중 아시아 대륙에 배치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제외하고는 없다"며 항모론을 꺼내들었다. 또한 지난 8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전체의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데, 주한미군의 역량을 묶어둔다면 군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에 대해서는 "연합사 지휘부 내 보직 및 역할은 변할 수 있으나 연합방위의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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