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신화인가 역사인가?’ 주제로
비기독교인들을 위해 신·구약 성경의 역사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장이 마련됐다. ‘성경, 신화인가 역사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8일 청주 서문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열린 ‘2025 기독교 변증 컨퍼런스’에서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현장 500여 명, 온라인 1,400여 명이 사전 등록했으며, 특히 비기독교인들도 87명이나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기독교변증선교연구소(소장 박명룡 목사)와 변증전도연구소(소장 안환균 목사), 청주서문교회가 함께 주최하는 ‘기독교 변증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응답하고, 역사적 근거에 기초해 성경의 신뢰성과 유일성, 복음의 진실성을 밝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오늘날에도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근거 위에 서 있음을 알리고 있다.
먼저 구약 성경에 대해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 차준희 교수(한세대)와 이삭 교수(연세대)가 고고학적·역사적·해석학적 입장에서 발제했다.
차준희 교수는 ‘창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베낀 것인가?’라는 강의에서 창세기 1-11장의 창조와 『길가메시』, 『에누마 엘리시』 등 메소포타미아의 창조 신화 문서들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후 창세기는 고대근동 신화를 베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소재로 삼은 것이고, 이를 통해 당시 신화를 반박 또는 조롱하면서 이와 비교되는 야훼 하나님의 독특성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신화가 ‘신들의 이야기’라면, 성경에 신화는 없다. 성경은 야훼 유일신앙(Yahweh-Monotheism)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고, 야훼 하나님 외에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은 다신론적 신화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며 "태양과 달, 바다와 리워야단 등 고대 사회에서 숭배하던 자연들을 성경은 탈신화화(de-mythologization)하고 탈신격화(de-divinization)하고 있다. 창세기 1-11장은 고대근동, 특히 바빌로니아 자료들을 꾸준히 ‘바꾸어 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경은 다양한 문학 양식을 포함하고 있다. 성경은 신화와 민담, 동화와 우화 등 다양한 양식들을 총동원해 하나님의 의중을 표현했다. 어떤 문학적 양식인가보다, 의도가 중요하다"며 "본문의 의도는 양식보다 맥락이 결정한다. 성경은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하신 ‘하나님의 눈으로 역사를 해석한 독특한 책’이다. 성경 속 신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양식보다 맥락을 보고 해석하면, 하나님의 의도가 보인다. 성경에 ‘신화적 본문’은 있을지 몰라도, 신화는 없다"고 정리했다.
특히 창세기와 고대근동 신화의 유사성과 인용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홍수 이야기’에 대해 "비슷하지만, 신론부터 인간론과 과정 등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유사성은 홍수 사건이 실제 있었음을 뒷받침한다"며 "창세기는 오히려 메소포타미아 신화들을 거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한 분 하나님이 계시고, 하나님의 계획은 평화이지 불화가 아니며, 세상과 우주도 인간을 위해 창조됐지 신들이 묵어가거나 다른 신들에 대한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우주에 대한 다른 비전을 그려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삭 교수(연세대)는 ‘구약성경, 꾸며낸 이야기인가: 고고학과 역사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성경의 역사적 진술들이 고고학적 비문학적 자료와 교차할 때 얼마나 높은 신빙성을 획득하는지를 입증하고자 했다.
이삭 교수는 "성경은 종종 특정 종교 즉 기독교와 유대교의 신학적 이데올로기에 편향돼 있다는 이유로 객관성이 부족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고대 문헌으로 오해받아 왔다"며 "그러나 성경 내용은 다른 지역 고대 중세사보다 풍부한 고고학 문헌 사료를 보유했고 이 기록들이 실제 역사적 현실에 뿌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윗 왕조 존재를 증명하는 텔 단 석비의 ‘다윗의 집’ 기록, 다윗성과 오펠·기브아티 발굴지에서 확인된 기원전 10세기 행정 건축물과 토기들은 통일 왕국의 실재를 뒷받침한다"며 "하솔·므깃도·게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육방 성문과 포곽식 이중 성벽은 솔로몬의 건축 사업과 일치하며, 카르낙 신전 부바스티트 대문의 셰숑크 1세 지명록은 성경이 전하는 시삭의 침공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메사 석비와 요르단 모압 평지의 고고학 자료는 오므리 왕조의 모압 지배와 메사의 반란을 성경와 정확히 대응시키고, 티글랏-빌레셀 3세·살만에셀 5세·사르곤 2세의 비문은 신앗시리아 제국의 북이스라엘
침공과 멸망, 그리고 이스라엘 포로민들에 대한 신앗시리아 제국의 강제이주 정책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며 "마지막으로 산헤립의 라기스 부조와 연대기는 유다의 46개 성읍 함락과 예루살렘 포위, 조공 수납을 보여주지만 예루살렘 함락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성경의 ‘이 성에 이르지 못하리라’는 서술과 일치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고대 근동의 역사 문헌·제국 비문·레반트 고고학 유적이라는 삼중 증거는 성경 사건들이 도무지 믿지 못할 신화적 전승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함을 보여준다"며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신앙의 기록일 뿐 아니라, 고고학과 제국 기록이 증명하는 역사적 현실"이라고 밝혔다.
신약 성경에 대해선 박명룡 목사가 검증에 나섰다. ‘예수 이야기, 신화인가 역사인가?’라는 제목으로 그는 "인터넷에는 ‘예수는 허구의 인물이고 고대 신화에서 모방한 것’이라는 자료가 넘쳐난다. 그 대표적인 책은 『예수는 신화다』로, 지난 20여 년간 젊은이들 사이에서 꾸준히 읽혔다"며 "예수 이야기는 고대 신비종교들에서 각색된 허구적 신화에 불과하고, 대표적으로 ‘부활’도 고대 지중해 세계 신비종교들을 각색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젖먹이는 이시스 여신상과 성화 속 젖먹이는 성모상, 오시리스와 디오니소스, 미트라스의 부활, 미트라스교의 성찬식 등 기독교와 고대 신비종교 간 유사한 면에 대해선 "기독교 이전에 실제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고대 신비종교 신인신화(godman)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비종교에는 기독교처럼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죽고 부활하는 성숙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며 "결국 기독교가 신비종교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신비종교들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들을 모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박 목사는 "그러므로 예수 이야기가 신화라는 주장들에는 학문적 근거가 없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예수 이야기는 실제 사실이고,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은 실제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었음이 명확하다"며 "예수는 신화가 아니다"고 정리했다.
더불어 "여러 고대 역사 인물들과 비교해도 예수만큼 역사적 신뢰성이 탁월하고 다양한 기록을 보유한 분은 없다"며 "고대 경전들은 대부분 구전 전승기간이 있어 구전 기간이 짧을수록 변질되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사역 후 불과 30-60년 사이 기록돼, 단군 신화(약 2,400년)와 조로아스터교(약 1,000년), 불교 경전(230-600년)과 무함마드 전기(135년), 공자(150-300년)와 노자(200-300년)와 비교해 훨씬 짧고, 심지어 당시 로마 황제였던 티베리우스도 80-250년으로 식민지 이스라엘 무명 청년 예수보다 훨씬 길었다"고 진술했다.
끝으로 안환균 목사는 ‘기독교 복음, 팩트체크’라는 제목으로 과학만이 합리성을 인정받는 시대, 성경이 말하는 천지창조의 의미를 요한복음 1장 속 ‘로고스(말씀)’의 의미를 중심으로 현대철학과 논리학, 과학 등을 동원해 풀어냈다.
안환균 목사는 "성경이 선포하는 창조의 원리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한계를 가진 과학으로 다 설명될 순 없다. 과학과 신앙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직접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기독교 변증은 창조 세계를 관찰하는 과학과 성경적 창조 사건의 공통분모를 찾아 논리적으로 연결지으려는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하고자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목사는 "성경의 하나님이 말씀이자 사랑이신 존재라는 진리를 기반으로 한 성경적 창조 신앙은 단지 종교적 교리 차원을 넘어,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존재론적 질문과 과학적 탐구에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아무것도 아닌 우연에서는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정교한 질서와 정보를 갖춘 세상 만물이 도출될 수 없다. 세상은 우연히 생겨나지 않았다면,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그 사이 어중간한 제3의 옵션은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다고 하면 신화라고 하지만, 세상 만물이 어떤 지적 존재에 의해 창조됐다면 그 지성을 담아낼 가장 적합한 도구는 ‘말’뿐이다. 집을 지을 때도 건물주가 ‘말하는 대로’ 지어지지 않는가"라며 "언어의 중요성을 감지한 현대철학자들은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거나 ‘세계의 논리적 구조를 반영한다’고 했다. 말씀으로 만물이 창조됐기에, 모든 존재가 언어적 질서와 구조를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이신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사건, 곧 말씀의 성육신은 비가시적 하나님이 가시적 존재로 시공간 안에 들어오신 사건이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반영하는 히브리어 ‘다바르’와 헬라어 ‘로고스’가 예수님 안에서 통합되는 것"이라며 "다바르는 ‘말은 곧 행위이고 말하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뜻이고, 로고스는 ‘말은 존재의 논리요 질서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이 둘은 예수님 안에서 능동적이고도 인격적인 실재가 된다"고도 했다.
앞서 서론 격의 오전 첫 강의에서 황윤관 목사(LA 작은자교회)는 ‘성경, 왜 믿을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비기독교인들의 시각과 자세로 바라본 기독교의 기존 전도나 변증에 대해 비판하면서, 교회가 안티기독교를 비롯한 세상의 도발적 질문들을 외면해선 안 되고, 지적 변증과 대화를 통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윤관 목사는 "교회 안에는 별다른 지적 의문 없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수이고, 교회 밖에도 기독교에 대한 맹목적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라며 "기독교 변증의 본질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대화’이나, 이는 쉽지 않으므로 차선책으로 기독교에 지적 질문을 가진 이들을 이런 컨퍼런스로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기독교 변증에 적합한 사람은 먼저 자신이 지적 의문을 거쳐 신앙을 형성한 경우다. 질문 없이 신앙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이 지적 의문을 가지는 상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둘째로 교회 테두리 밖에서 지적 질문을 가진 비신앙인들과 많이 대화해 본 경험이다. 이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효율적 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증 사역을 위한 출발점은 다짜고자 성경 구절을 제시하거나 교리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 대화를 위해 지적 면에서 누구나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공통의 토대 내지 시작점을 계발하는 것"이라며 "보수 기독교인들 입에서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은혜로운 이야기들은 지적 질문을 가진 비신자들에게 오히려 기독교는 어딘가 지적으로 모자란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는 인식을 더 깊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목사는 "변증을 위한 대화에서 유의할 한 가지는 그 목적이 상대가 기독교 신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예수를 받아들이게끔 안내하는 것이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모든 질문에 잘 대답하고 논쟁에서 이긴다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기독교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모든 질문에 교과서적으로 답하기보다 때로는 ‘잘 모른다’며 여백을 두거나, 상대방 생각을 전환시키는 반문을 던지며 여유를 두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