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오른쪽)과 필리프 유스투스 구글 중부유럽 부사장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유럽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오른쪽)과 필리프 유스투스 구글 중부유럽 부사장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유럽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유럽을 인공지능(AI) 인프라의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독일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자 경쟁은 AI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유럽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파벳 자회사 구글은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9년까지 독일의 AI 기반 시설 등에 55억유로(약 9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의 하나로 구글은 독일 경제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디첸바흐에 새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2023년 개장한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하나우 데이터센터도 확장키로 했다.

구글은 이렇게 구축된 클라우드가 데이터 역외 반출 금지 등 유럽의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독일 에너지 기업 엔지(Engie)에서 청정에너지 전기를 구매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엔지와 탄소중립에너지(CFE)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등 육상·해상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구글의 독일 사업장은 2026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 비율을 85%까지 늘릴 수 있다고 구글은 내다봤다.

아울러 구글은 20세기 초 독일 우정청으로 사용된 자사의 뮌헨 사무소 ‘아르눌프포스트’를 확장하고,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사무소도 확대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의 독일 GDP 기여분이 연평균 10억1600만유로(약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자리도 9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MS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항구도시 시네스에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MS의 이번 투자는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 개발사 스타트캠퍼스, AI 인프라 플랫폼 엔스케일 등과 협력해 이뤄진다.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 리스본 2025’ 콘퍼런스에 참석 중인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이번 투자는 포르투갈이 유럽 내에서 책임감 있고 확장할 수 있는 AI 개발의 기준이 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포르투갈의 대서양 연안이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의 핵심 허브이자 월드와이드웹(WWW)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최적의 위치라고 설명했다.

두 기업의 이번 결정은 최근 앞다퉈 유럽지역 투자에 나서고 있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행보와 일치한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4일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함께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세계 최초의 AI 산업단지를 뮌헨에 세운다고 밝힌 바 있다.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도 최근 프랑스 파리와 독일 뮌헨에 새 사무소를 신설하고 영국·아이슬란드와 협업을 확대했다.

이 같은 빅테크의 잇따른 대형 투자에 발맞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최근 AI 기업의 지역 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AI 관련 법을 간소화하고 유예 기간을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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