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주제곡과 로제 '아파트' 등 그래미상 후보 올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을 부른 누나·이재·아미가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엘몬트에서 열린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K팝 음악이 대거 후보로 오른 가운데 미국 언론들이 ‘올 것이 왔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놨다.

8일(현지시간) 미국 대중지 버라이어티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지난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며 "(이 영화) 수록곡인 ‘골든’(Golden), ‘유어 아이돌’(Your Idol), ‘소다팝’ 등 세 곡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케데헌 트랙이 그래미 어워즈의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은 ‘골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공개된 올해 그래미 어워즈 수상 후보군에 사상 최초로 K팝이 포함된 점을 지목한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에 관여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에 따르면 제68회 그래미 시상식 후보 명단에는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히트곡 ‘아파트’(APT.)가 올해의 노래·레코드를 포함한 3개 부문 후보로, 케데헌의 걸든이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 후보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는 신인상 후보로 지명됐다. K팝 장르와 팀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레코드·앨범·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이에 대해 "다수의 아티스트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라 K팝이 주류 팝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며 "이런 변화는 그래미 심사위원들이 K팝을 팬덤 중심 현상이 아닌 예술적 가치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K팝을 기반으로 한 여러 아티스트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그래미 측이 K팝을 팝 음악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K팝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현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다"며 "올해는 K팝 분야 뮤지션들이 사상 처음으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파트’와 ‘골든’의 노미네이트(후보 지명)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가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구성의 다양성 확대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미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등 상업적 성과보다는 음악성과 작품성에 초점을 맞춰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현재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은 약 1만 5000명 규모로 파악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레코딩 아카데미의 신규 회원 38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39세 이하이며 58%가 유색인종, 35%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영미권에 쏠려 있던 그래미 후보군과 수상자가 올해는 더 다채로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그래미 어워즈는 대중음악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시상식으로 통한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은 내년 2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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