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민 비판 피하려 월북 프레임"…피고인 "정치수사" 맞서
피살 공무원 형 이래진 씨 "6년 만의 결심, 참담하다" 법정서 울분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사건을 둘러싼 ‘서해 피격’ 재판이 5일 결심공판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이 피격 사실을 숨기고 ‘자진 월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지 약 3년 만이다. 검찰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징역 4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5일 오전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0년 9월 21일 실종된 이씨가 이틀 뒤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뒤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월북’으로 발표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3년간 60회 넘는 공판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이날 결심공판은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과 검찰의 구형이 예정돼 공개로 열렸다.
검찰은 이날 5000여 건의 문서 증거를 토대로 ‘은폐-삭제-월북조작’의 구조를 제시했다. "서 전 실장이 피살 다음날 새벽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과 해경에 ‘보안 유지’를 지시하고 월북 가능성을 정리하도록 했다"며 "국민 비판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또 "해경이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군과 해경이 ‘자진 월북’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배포하게 했다"며 이를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규정했다.
이날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서욱 전 장관과 김홍희 전 청장에게는 징역 2년, 노은채 전 실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조작했다"며 "국가 최고위직의 조직적 은폐 행위는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보안 유지와 위기 대응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수사"라고 반박했다. 서훈 전 실장은 "당시 국가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며 "정치적 해석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방청석에 자리했다. 그는 "사건 발생 6년 만에 결심이 열린다.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의 죽음이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 사건을 계기로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씨는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대준 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됐다"는 허위 발언이 나왔다며 "시신도 찾지 못한 유족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검찰 구형과 재판부의 선고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