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여야간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여당은 성공적이었다고 추켜세운 데 반해 야당은 자화자찬일 뿐 성과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일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딴죽걸기를 그만두고 애국의 대열에 동참하시길 바란"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APEC 성공을 보며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잔치, 축제였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한판 승부였다"며 "국민께서도 (APEC성과가) A급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성과에 많이 놀라겠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이 관세협상을 가장 잘한 리더라고 추켜세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APEC에서 정부가 이룬 합의를 구체적 결과로 실현해 내야 한다"며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대미 투자 관련 특별법을 준비하고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입법과 예산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외교로 열린 길은 국회 입법과 예산으로 완성될 때 실질적 성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실용외교의 정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가 바로 이재명 정권의 실용외교였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시트도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이재명 정부가 협상 내용을 발표하고 돌아서자마자, 미국에서는 곧바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어 "한중 정상회담도 사진만 있고, 정작 중요한 공동성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현안에 대해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성과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실용외교가 국민을 속이고 둘러대기 편한 외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진정한 실용외교는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성과로 증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화려했던 국제 외교무대의 막이 내렸고, 이제는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국익이 걸려 있던 관세 협상의 내용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소상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먼저 반도체와 관련하여 "정부는 ‘경쟁국에 비해서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협상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다음 날 미국은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며 "아직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양측 주장이180도로 다르니까 국민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부가 지난 7월 31일 반도체에 대해서 ‘최혜국 대우’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을 들며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경쟁국인 대만에 대비해서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합의가 된 것처럼 표현을 애매모호하게 바꿔버렸다"면서 "EU와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관세율 15% 상한선을 약속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이 만약에 15%보다 다소 초과하는 관세율이 결정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최혜국 대우인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 약속이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철강 산업과 관련하여 2024년 기준 대미 철강 수출은 29억 달러, 전체 철강 수출의 13%라는 점을 들며 지난 5월 기준, 관세 50%를 부과받자마자 전년 대비16% 급감했다는 사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철강 문제는 아예 빠져 있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렇게 가면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길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고 협상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금 많이 기대하는데 설령 ‘마스가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우리 철강은 공급망에 아예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선박 건조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공급에서 우리나라 철강 업체들이 배제될 수 있어 한미 관세협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