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치킨 매출 급증·치맥회동 가게 ‘성지순례’
주류·식품업계까지 ‘황 효과’ 확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 출국했지만, 그가 남긴 ‘현장 효과’는 여전히 식품·유통·주류 업계를 달구고 있다.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한 깐부치킨에서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나눴다. 그는 "친구들과 치맥 즐기는 걸 좋아한다"며 직접 장소를 골랐고,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매장 밖에 몰린 시민들에게는 "여기 맛있다. 다들 여기서 드시라"며 직접 치킨을 건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른바 ‘AI 깐부 회동’ 이후 다음 날부터 해당 매장은 사실상 ‘관광 코스’로 변했다. "여기가 젠슨 황 앉은 자리 맞지?"라며 인증하려는 손님들이 몰렸고, 자리를 두고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은 "기운이라도 받고 가야겠다"며 3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매장 앞 인도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가득 찼고, 세 총수의 서명이 담긴 포스터를 촬영하려는 손님이 몰리자 가게 측은 잠시 포스터를 치워두기도 했다.

‘치맥 회동’은 매출로도 직결됐다. 깐부치킨의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늘어 배달앱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일부 매장은 주문 폭주로 앱을 닫을 정도였다. 결국 1호점인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점은 11월 1일과 2일 주말 이틀간 영업을 중단했다. 성복점은 공지를 통해 "예상보다 많은 주문으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잠시 휴업한다"며 "보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점주는 "젠슨 황 뉴스를 보고 일부러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매출이 평소보다 20~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주가는 장중 10%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류업계도 함께 들썩였다. 황 CEO는 이날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섞은 한국식 소맥을 마시며 이른바 ‘소맥 문화’를 체험했다. 옆 테이블의 자동 혼합기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재용 회장이 직접 설명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황 CEO는 다음날 공식 행사에서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며 "미국에서도 최고 치킨은 한국 치킨"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업계는 이 발언이 K-치맥의 글로벌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이를 해외 시장 확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황 CEO의 손에 들린 ‘바나나맛 우유’도 큰 이슈를 얻었다. 그는 치킨집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김밥과 함께 바나나맛 우유를 직접 나눠줬고, 이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SNS에는 "젠슨 황 바나나맛 우유 득템"이라는 글이 이어졌고, 빙그레는 곧바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겠습니다. 바유(바나나맛 우유) 100개 쏘겟슨. 황송합니다’라는 문구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겟슨’과 ‘황송’이라는 말장난을 섞어 황 CEO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것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 우유는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K푸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황 CEO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젠슨 황의 방한은 기술 일정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한 끼 식사와 짧은 만남이 소비 시장의 체감 반응으로 이어졌고, 치킨·주류·식품업계는 일시적 호황을 누리는 등 이례적인 사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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