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 개교 37주년 기념학술대회 개최

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이 개교 37주년을 맞아 27일 수원 한성교회 한국캠퍼스에서 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한국교회가 서구 선교의 결과로만 세워진 것이 아니라 이미 고대부터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복음이 들어올 토양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총장 윤 사무엘, 이사장 오선화)은 개교 37주년을 맞아 27일 수원 한성교회 한국캠퍼스에서 특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외 목회자, 동문, 신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서양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이전 한반도에 들어온 기독교 흔적’이라는 주제아래 한국교회의 뿌리를 새롭게 조명하고 복음의 기원을 역사·언어·신학적으로 재검토했다.

윤사무엘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신학과 복음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시대를 준비해왔다. 이제 서구 신학은 한계에 이르렀고 세계는 동방의 신학 특히 한국에서 비롯된 영적 본질을 배우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한국을 복음의 중심에 세우셨다"며 "도마 사도의 복음이 한반도에 전래된 흔적처럼 하나님은 한민족을 마지막 복음의 통로로 사용하고 계신다"고 확신했다. 더욱이 "이제는 한국교회와 신학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며 "비록 정치나 사회적으로 한국이 약해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복음의 나라로 한국을 세우셨다. 우리 신학교가 그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서구 중심의 신학을 넘어 한국의 정체성과 신앙적 뿌리를 회복하길 바란다"며 "참석한 강사들과 연구자들의 헌신이 한국 신학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귀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사무엘 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 총장. /최성주 기자

학술대회는 유석근 목사(김포 브니엘교회, 페이스신학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사무엘 목사(총장)의 ‘상고사부터 내려온 하나님 칭호’ △전재규 장로(전 대신대 총장)의 ‘사도 도마의 순례길 소개’ △조국현 목사(도마박물관 관장)의 ‘사도 도마의 한국선교 흔적’ △이경운 목사(한국경교연구소 소장)의 ‘한반도에 온 경교 연구’ △이용봉 목사(손길문화원 원장)의 ‘영주 도마상 연구’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자들은 사도 도마의 한반도 선교 가능성과 경교(景敎)의 전래, 그리고 신라·발해 시기 동방 복음 전파의 흔적을 다각도로 탐구했다. 무엇보다 도마가 인도에서 순교하기 전후 동아시아로 이동했다는 전승과 경주 일대에서 발견된 상징적 유물 등을 통해 복음의 뿌리가 19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종훈 박사(페이스신학대학교 교수)가 ‘한민족의 정체성’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유석근 목사가 ‘가경 동방박사의 계시에 기록된 사도 도마의 신라 방문’이란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유석근 목사는 고대 시리아어 가경 ‘동방박사의 계시’를 근거로 "이 문헌은 동방박사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누가 그들에게 세례를 주었는지 직접 증언하고 있다"며 "그 기록이 한반도, 정확히는 신라와 겹친다"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동방박사의 출신지 문제를 꺼냈다. 그는 "우리는 동방박사가 ‘페르시아 점성술사 셋’이라는 통념에 익숙하다. 하지만 성경은 박사가 셋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동방박사의 계시’는 이들이 최소 12명, 침묵 가운데 기도하는 자들로 묘사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다면 동방박사들은 신라에서 왔다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유 목사는 "문헌은 박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 사도 도마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기록한다. 에필로그 부분에는 도마가 직접 그 ‘시르’ 땅을 방문해 박사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복음을 온 세계에 전파하라고 위임했다는 내용까지 나온다. 이건 그냥 상징적 문학 장치로 치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고 강조했다.

전재규 장로가 ‘사도 도마의 순례길 소개’이란 제목으로 발제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전재규 장로는 "사도 도마가 단순히 의심 많은 제자가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지고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라 고백한 강력한 부활 신앙의 증인이었고 그 신앙을 들고 동방으로 간 최초의 선교사였다"고 주장한다. 전 장로는 사도 도마의 사역이 인도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1세기 초 가야(가락국)까지 이어졌다는 가능성을 이제 더 이상 전설 취급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전 장로에 따르면 기존 신약성경은 베드로·요한·바울을 중심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도마의 이후 행적은 정경 밖 자료(도마복음, 도마행전, 고대 전승 등)와 현지 교회 전통에서 추적해야 한다.

전 장로는 도마 전승이 인도에만 머물렀다면 그 자체로도 큰 역사지만 만약 그 복음 노선이 가야까지 이어졌다면 한국교회가 서방 선교의 후발 수혜자가 아니라 동방 선교의 직계 후계자가 된다고 전했다.

이경운 목사는 "신라 시대 한반도에 이미 기독교, 곧 경교(네스토리우스 계열 동방 기독교)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고 역설했다. 이 목사는 40여 년간 축적한 유물 조사와 문헌 연구를 근거로 "한국 교회사 기록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이후만이 아니고, 그 이전 심지어 통일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또한 "선덕여왕이 헬라어 성경을 읽었다는 전승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경교(정관 9년 알로펜 전래, 7세기 중엽)보다도 앞선 접촉 가능성까지 열리게 된다"고 언급하며 "신라는 결코 폐쇄된 변방 왕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라 시대에 이미 십자가를 들고, 어린양을 품고, 하늘의 주재자(天主)께 제사하던 흔적이 있다"며 "이것은 한국 땅에 복음이 뿌리내린 역사가 19세기 이후 서구 선교사의 독점 영역이 아니며 한민족의 신앙 뿌리는 서구 세속주의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오래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의 믿음의 역사, 곧 여호와 하나님을 섬겨온 역사적 뿌리를 되찾아야 한다. 이것은 다음 세대에게 한국교회 정체성을 물려주는 일"이라며 "남이 써준 교회사로 살면 결국 믿음을 빼앗긴다. 우리가 우리의 복음 역사를 증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사무엘 총장은 발제에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이전에도 이미 조선 땅에는 복음의 빛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기 선교사들의 기록 속에 삼위일체와 부활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교회는 서양 선교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준비하신 땅에서 자라난 교회"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또 "고분군 유물에서 히브리 문자와 유사한 흔적이 발견되고, ‘하늘님·하느님·하나님’이라는 호칭이 단순한 토속 신칭이 아니라 유일신에 대한 신앙의 흔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선교의 피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 안에서 세워진 주체적 교회로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FCUTS가 칼 맥킨타이어의 보수신학 전통 위에서 성경의 축자영감과 무오성을 고수하고, WCC와 종교다원주의, 공산주의, 동성애 합법화, 차별금지법, WEA, 로잔 운동 등 혼합주의 신학에 단호히 반대하는 신학적 노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자유주의 신학과 세속 윤리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미국 보수신학의 정통을 붙들어 개혁주의 신학을 지켜야만 한다"며 "FCUTS는 그 사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찬양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성주 기자

한편,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감사예배는 송인성 학장의 사회로 정명범 목사(페이스신학대학원 동문회장)가 기도하고, 성중경 목사(인천 만수감리교회 원로)가 ‘단군과 개천절’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성 목사는 "2025년 10월 3일은 단기 4358년, 개천절이며 동시에 유대력으로는 창조절, 나팔절인 5785년"이라며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이 근대 국가의 기념일이라면 개천절은 고조선 건국의 신앙적 뿌리를 되새기는 날"이라고 말했다.

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이 27일 수원 한성교회 한국캠퍼스에서 개교 37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성중경 목사가 감사예배 설교를 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페이스신학대학교대학원이 27일 수원 한성교회 한국캠퍼스에서 개교 37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성중경 목사가 감사예배 설교를 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성 목사는 "개천이란 하늘이 열린다는 뜻으로 하나님이 창세 때 하늘과 땅을 여시고 생명을 시작하신 사건을 기억하는 날"이라며 "단군이 세운 나라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홍익인간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선교적 가치가 담긴 성경적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은 세계사 속에서 영적인 부흥의 중심, 하나님이 새 일을 이루실 동방의 나라로 예비되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예언자 이사야가 말한 동방의 사람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할 민족을 상징한다"며 "대한민국은 복음으로 세상을 섬길 나라, 하나님의 뜻을 완성할 동방의 제사장 나라"라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단군의 개천절은 하늘을 연 믿음의 날이며, 하나님이 동방의 민족에게 주신 거룩한 사명"이라며 "한국교회가 복음으로 세상을 밝히는 제사장 나라로 서야 한다"고 권면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교회의 기원을 넘어 정체성과 신학의 방향을 다시 묻는 자리로 평가됐다.

서요한 교수(전 총신대학교)는 축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학문적 발표의 자리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 역사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뜻깊은 시도"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역사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물방울에서 비롯된다"며 "이 학술대회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앙의 흔적들이 드러나고 왜곡되어 온 한국 기독교의 뿌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서요한 교수(전 총신대학교). /최성주 기자
서요한 교수(전 총신대학교). /최성주 기자

또한 "기존의 역사학계가 두려움 속에 진실을 외면해온 부분이 있다"며 "이제는 양심을 회복하고 진실한 신앙의 역사를 기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오늘의 학술대회가 앞으로 이어질 연구의 촉매제가 되어, 한국 기독교가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우뚝 서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참석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곽정순 목사(축복교회)는 "동방의 작은 나라인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온 발자취를 따라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면서 "복음은 서구가 수출한 문명이 아니라 하나님이 오래 전부터 심어두신 언약이라는 인식 아래 신앙의 뿌리를 되찾고 시대적 도전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