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이 '정치'를 흔들다
-李대통령 부부 '냉부해' 출연 파장
추석연휴 내내 정가 티격태격…끝나고도 고소·고발전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마비 이틀 뒤 녹화 강행 논란
대통령실이 밝힌 李대통령 이틀 행적 석연치 않자
방영 직후 출연 셰프 손목시계 시간 추적 의혹 증폭
장동혁 "냉장고가 아니라 관세를 부탁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JTBC의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출연한 일을 두고 연휴 마지막날에도 공세를 계속했다. 추석 연휴와 함께 시작한 ‘냉장고’ 논란은 긴 연휴가 끝났음에도 아직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간 맞 고발로 이어지는 등 앞으로 정치권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냉장고가 아니라 관세를 부탁한다”며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국감)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밝히고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초유의 디지털 대란에서 적반하장으로 저와 당을 고발하고, 수습 책임을 공무원에게 맡긴 채 예능 카메라에 섰다”며 “진실을 덮고자 위협을 가하고, 위기를 감추고자 선동을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국감으로도 이어질 이번 ‘냉부해’ 사건은 추석 연휴 내내 논란을 거듭했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난 화재는 다음날인 27일 진압 됐지만, 그 이튿날인 28일에는 29일 (월요일)부터 국가 시스템 마비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 대통령 부부가 국민적 불안이 컸던 지난달 28일 ‘냉부해’ 방송을 촬영 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연휴 기간 이 대통령을 향한 정치권의 해명 요구가 잇따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국정자원 화재 후 대통령은 어디 있었냐”며 ‘냉부해’ 촬영 일자 공개를 요구했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고 지휘할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화재로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무려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 잃어버린 48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촬영 시간을 명확히 밝히지 않자 주 의원은 같은 날 새로운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9월28일 오후 2시44분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면 JTBC에 대규모 경찰 인력이 동원됐다. 딱 봐도 경호 목적”이라며 “적어도 그 시간 전후로 ‘냉부해’ 촬영이 이뤄졌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썼다.
이후 대통령실이 밝힌 28일 이 대통령 일정에는, 오전 10시 50분 ‘비상대책회의’, 오후 5시 30분에는 ‘중대본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냉부해’ 촬영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6일 ‘냉부해’ 방영 직후 온라인에선 출연 셰프의 손목시계 속 시간을 근거로 실제 촬영 시간이 추정됐다. 이날 해당 셰프의 시계는 오후 1시 15분과 4시 35분을 가리켰는데, 대통령실이 해명한 회의 주재 시간과 시점 차가 크지 않아 실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이 맞는지 의혹은 더 커졌다.
결국 재난 상황 속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여야 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 5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다음날 6일 주 의원은 민주당 박 대변인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을 같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두 대변인이 자신의 문제제기를 허위사실이란 취지로 브리핑했다는 이유다. 또 7일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민의힘 장 대표를 경찰에 추가 고발하며 난타전을 이어갔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트집에 오히려 시청률도 역대급으로 올라갔다”고 말했고, 백승아 의원도 8일 “냉부해 시청률 8.9%!, 주진우 의원, 진짜 홍보대사네요”라며 주 의원을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