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걷이·겨울준비 한창인데...밤낮없는 강제동원에 고통 가중

겉치레 성과 치중한 도색 작업 등...주민들 불만-간부들 압박 '충돌'
생활 터전인 창고까지 단속하며 고추·버섯 말리기조차 어려운 현실
“양심껏 칠하라”는 지시에 피로와 반감 커져...주민들 불만 공공연화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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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오는 10일 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도시 미화 사업을 강제로 추진하고 있다.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등지에서는 인민반 단위로 주민들이 강제 동원돼 담벼락과 아파트 외벽, 심지어 창고 지붕까지 도색 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30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도로변 담장, 주택 외벽, 창고 지붕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시설을 10월 초까지 새로 도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각 인민반은 필요한 회가루와 페인트, 붓까지 가정별로 분담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데일리NK의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주민들은 낮에는 가을걷이에 동원되고 밤에는 도색 작업에 나서야 하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주민은 “벽은 하얗게 변해도 내 얼굴은 더 까매진다”고 토로했다.

창고와 지붕에 널어둔 고추·버섯 등 생활 필수품까지 ‘정리 대상’이 되면서 주민들 간 갈등도 잦아지고 있다. 삭주군에서는 고추를 널어 말리던 주민이 간부들의 지시로 마당으로 옮겼지만, 이마저도 치우라는 압박을 받자 격렬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추를 어디서 말리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고, 현장은 갈등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특히 행정기관 간부들은 주민들의 작업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양심껏 칠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성과만 내세우는 간부들의 독촉에 피로와 분노가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는 간부들 또한 윗선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정권이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몰두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거세다.

북한은 예년과 달리 봄철이 아닌 가을에 대규모 도색 작업을 강행하며 ‘당 창건 8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가을걷이와 김장 준비, 겨울 땔감 마련 등 생존이 걸린 시기와 맞물려 고통만 가중시키는 조치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대외 선전에 치중하면서 주민들의 기본 생존권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인권 유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결국 이번 대규모 미화 작업은 정권의 체면과 치적을 위한 강제 동원일 뿐, 주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는 폭정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주민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위에서는 명령만 하면 끝이고, 죽어나는 건 인민뿐'이라는 말은 오늘 북한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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