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과도한 경제형벌 완화"…4800억대 배임죄, 李 대통령 방탄 위해서?
김병기 "형식적 필리버스터 끊겠다"…與, 입법 독주 위한 브레이크 제거
당정이 30일 당정 협의를 열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며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확정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셀프 구제 입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여권은 아울러 국회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도 예고하면서 사실상 야당의 합법적 저항 수단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며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까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범죄로 몰아왔고, 이는 투자와 일자리에 부담이 돼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요 범죄의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형벌은 경감하되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경미한 의무 위반 사항은 과태료 전환 등 행정 제재로 대체해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배임죄는 모호한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돼 왔고 국민이 부지불식간에 범법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명확한 원칙과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명백한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00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돼 배임죄 재판을 받다가 대통령 당선으로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장동 개발 비리, 백현동 개발 비리, 법인카드 사적유용, 우와 이걸 자백하네!"라고 적었다. 장 대표는 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시스템이든, 국가가 어떻게 망가지든 이재명 한 사람 구할 수 있으면 기존의 모든 사법시스템도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신박한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고 직격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명백한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며 "대장동 등 배임죄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해 면소 판결을 받게 해주기 위한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 꼼수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법적 위험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가로막혀 왔다며 배임죄 폐지를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액 투자자와 근로자가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한다. 실제로 과거 대기업 총수들이 배임죄로 처벌되자 기업 신뢰도와 주가가 하락했던 전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임죄 폐지는 기업 경영진에게 면책을 주는 대신, 일반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피해를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동시에 국회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형식적 필리버스터 남발을 끊겠다"며 관련 법 개정을 직접 발의할 뜻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이를 ‘민생 발목잡기 차단’으로 포장했지만, 야권의 합법적 저항권을 사실상 제약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민주당이 175석으로 국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