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새벽 2시, 이어폰을 낀 젊은 여성이 혼자 텅 빈 런던 도심을 달린다. 여성은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삼성전자가 2022년 갤럭시 스마트폰 홍보용으로 제작한 이 영상은 영국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혼자 새벽에 조깅하는 모습이 ‘여성 안전에 무신경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여성 폭행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준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즉시 사과하고 광고를 중단했지만, 이 논란은 다른 측면에서 충격을 주었다. 한국인에게는 평범하게 느껴지는 광고 속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는 충격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역설적인 쇼크였던 것이다. 이 충격은 대한민국 치안이 세계적으로 상위 레벨이라는 자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자부심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올해 1~8월에 걸쳐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괴 사건이 총 173건에 이른다. 성인 실종자도 2024년 기준 7만4000명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종 가운데 미해제 즉 실종자를 찾지 못한 사례의 급증이다. 미해제 건수는 2019년의 295건에서 2023년 721건으로 4년 사이에 350% 급증했다. 실종 사건들이 악성화하고 있다는 지표이다.

실종 사건의 증가는 살인 등 흉악 범죄로의 연결 위험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산업구조의 이행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세대 구성의 변화 등 장기적 추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적 변화는 단기적인 현상이다. 이런 단기 요소로 이민의 증가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1년간 한국의 이민자는 전년 대비 3만 명 증가한 8만7000명에 이른다. OECD 기준 이민자 증가율은 50.9%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사회의 발전은 다양화를 수반한다.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하지만 유럽이 심각한 사회적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이 문제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탓이다. 문제를 단기적 노동력 수급의 차원에서만 바라봤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병을 떠안게 된 셈이다.

2025년 6월 기준 한국의 외국인 체류자 273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97만 명으로 전체의 35.6%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예정대로 시행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늘 거론되는 것이 상호주의 원칙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허용하는 것만큼만 우리도 중국인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을 한중 양국이 동일하게 적용한다 해도 그 충격은 다르다. 한국인 100만 명이 중국에 간다고 해도 강물에 물 몇 바가지 붓는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대해 ‘또 하나의 인해전술’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망 화재로 정부 내부망 다수가 마비된 상황이다. 법무부는 출입국 시스템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인 입국 이후 체류·이동·취업 등 모든 단계의 신분 확인과 사후관리 체계는 여러 정보망이 실시간으로 연동돼야 실효성이 있다. 무비자 입국 후 불법체류로 남은 중국인이 제주도만 해도 1만 명에 달한다. 입국 당시 문제가 없다던 자들도 대거 불법체류로 전환되고, 사후 추적과 관리는 실패를 거듭해 왔다.

최근의 실종자 급증과 치안 불안이 이 문제와 무관할까? 중국인 문제를 잘못 관리하면 그 후유증은 유럽의 이민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많은 국민은 이 문제가 정책적 고려가 아니라 정치적 고의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불법 이민을 득표 전략 차원에서 접근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적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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