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세 사기 예방을 명분으로 ‘누구나 가입 가능한 전세 사기 보증보험’과 ‘전세 에스크로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정부가 이를 꺼내 들며 정책 발표를 예고하고 있는데, 정작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더 크다. 특히 에스크로 제도의 경우, 정부가 주장하는 ‘임차인 보호’라는 그럴듯한 포장과 달리 실제로는 전세 제도의 뿌리를 뒤흔들고 결국 월세 가속화라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 뻔해 보인다.
에스크로는 전세 보증금 일부를 신탁사나 금융기관 같은 제3자에 예치해 두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세 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더라도 임차인이 최소한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얼핏 듣기에는 합리적이지만 이 제도의 결함은 너무나 명확하다.
전세라는 한국 특유의 제도는 임대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투자나 대출 상환 등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보증금은 단순히 맡아두는 돈이 아니라 임대인의 자금 운용 수단이자 전세 시장이 존속할 수 있는 유인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돈을 묶어놓겠다고 나서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 놓을 이유가 사라진다. 임대인에게 이득이 전혀 없는 제도를 강제한다면 누가 전세를 내놓겠나.
임대차 시장은 민간의 선택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대인의 자금줄을 틀어쥔다면 당연히 시장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뻔하다. 전세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임차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다수 월세 인구는 목돈 장만이 어려워 월세살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활비 중 가장 큰 지출은 월세 비용이다. 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은 안 봐도 뻔하다.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월세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전세를 발판삼아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청년, 신혼부부들 역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출산율, 혼인율이 바닥을 찍는 상황에서,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더 키우는 제도를 추진하자는 것은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
한국 사회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기에 주거 사다리가 그나마 작동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차인 보호라는 구실로 이 사다리를 걷어차겠다는 것이다. 보증금을 제3자에게 맡긴다고 해서 전세 사기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임차인 보호’가 아니라 ‘월세 장려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전세 에스크로 정책은 반시장주의 좌파들이 ‘보호’라는 명분을 갖다 붙인 제도적 폭력이다. 불과 몇 년 전 문재인 정부 역시 ‘임대차3법, ’다주택자 규제‘ 등의 과도한 규제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로 시장을 왜곡시키면서 부동산 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는 ‘정권 교체’였다.
철부지 좌파들의 실효성 없는 제도 실험으로 국가 시스템이 더 망가지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더욱 유심히 지켜보고 야당과 함께 정부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