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협상실패 자백…“美 관세협상 문서화 못했다”
“美 달라는 대로 3500억 달러 다 퍼주면 난 탄핵”

국민의힘 “李대통령, 외교천재 아닌 거짓말 천재”
“협상 성공 했다고 하니까 진짜 성공인줄 알더라”

19일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로이터와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경우 금융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또 다른 외신 인터뷰에서도 “미국 협상안에 동의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며 사실상 관세협상에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협상 내용을 솔직히 공개하라”며 정부의 현실대책 마련을 일제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19일(한국시각)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처리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에 한미 간 무역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 못했다”며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이 ‘계약된 환율’에 따라 서로 통화를 교환해 쓸 수 있는 제도다. 달러를 빌리는 시점과 갚는 시점의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어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합의 파기 의사’를 묻는 질문에 “혈맹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또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 불안정한 상황은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계기로 미국 시사잡지 타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합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요구가 너무 엄격해서)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며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요구가 지나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22일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경북 경산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정부는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미국안에) 서명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관세협상 당사자(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그동안 진행된 관세협상을 낱낱이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지금 상황을 고백하라”면서 “일본은 대미 관세가 15%로 내려갔는데 우리는 여전히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대통령실 담당자를 당장 경질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경북 경산시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소기업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날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의문조차 필요 없다던 한미 관세 협상은 결국 이견 때문에 멈춰 섰다”면서 “(관세협상을) ‘성공이라 했더니 진짜 성공인 줄 알더라’ 식으로 뒤통수를 쳤다”며 “이 대통령은 외교 천재가 아니라 거짓말 천재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해외직접투자(FDI) 총액과 맞먹는 규모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총 3489억 달러에 달한다. 즉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한번에 투자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기에 이번 ‘대미 관세협상’이 대통령실 발표와 같이 ‘성공’이 아닌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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