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100배 인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 포고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100배 올렸다. 다만, 이는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조지아주의 한국 기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민 300여명 구금 사태 이후 대미 투자 한국 기업의 전문 기술 인력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에 H-1B 비자의 문턱이 높아져 여파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 수수료를 현 1000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새 수수료 규정은 9월 21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하워드 러트릭 상무장관은 포고문 서명식에서 10만 달러의 수수료가 ‘연간’ 수수료라고 밝혔다. 새 규정이 발표되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해외 체류 중인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이날까지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강력하게 권고하며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H-1B 소지자가 미국에 재입국할 경우에는 새 수수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해당 수수료는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자를 신청할 때만 부과되는 일회성 수수료(one-time fee)라는 설명이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이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미국 기업들이 H-1B 비자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들여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대미 파견 근로자들에 대해 미 행정부가 H-1B와는 다른 트랙에서 별도의 대응책을 마련할 경우 문제가 없지만,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H-1B 프로그램은 미래의 미국인 노동자들이 STEM 직업을 선택할 동기 부여를 저해하며, 이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의 악용을 해결하고 임금 하락을 막으며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H-1B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회사들에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과 관련,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하여금 현재 미국 밖에 있는 외국인이 비자를 신청할 때 수수료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비자 승인을 제한하도록 지시하며,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엔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미국 영주권 비자인 ‘골드카드’ 프로그램 관련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 명령에 따라 미국 재무부에 100만 달러를 납부하거나, 기업이 후원할 경우 해당 기업이 200만 달러를 내면 새로운 골드카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신속한 비자 처리 혜택을 받게 된다.

골드카드 수량은 8만개로 신청자는 국토안보부 심사비용 1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 러트닉 장관은 "500만 달러를 내면 미국 밖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도 미국에 연간 270일 체류할 수 있는 ‘플래티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발급할 수 없지만, 이미 대기 명단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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