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작년 '부부별성' 주장했다가 보수층 역풍 맞아

지난 12일 일본 도쿄 의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오른쪽)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부별성(夫婦別姓)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8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이번 선거에서는 부부별성 제도를 공약으로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부별성 제도는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의 성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현행 일본법에서는 부부가 하나의 성씨를 써야 하는 ‘부부동성’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른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도이기도 하다.

1981년 생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라는 정치적 후광, 준수한 외모, 탁월한 메시지 전달 능력 등으로 차기 총리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작년 선거 운동 때도 초반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부부별성 제도로 보수층의 역풍을 맞으면서 후보 9명 중 3위에 그쳤다. 부부별성 제도가 개혁적인 시도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전통적 가족 개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한번 시련을 겪었던 만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번 선거에서 굳이 다시 이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주제는 토론회에서 언급을 자제한다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수색이 짙은 중진인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에게 선거대책본부장 취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선거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보수 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양강 구도가 돋보이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내달 4일 치러진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는 국회의원이 각각 1표를 행사하고, 당원 표를 국회의원 합계 표수로 환산해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원 표와 당원 표 비중은 1대1이다. 만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에서 국회의원은 그대로 1표를 투표하지만, 당원 투표는 47개 광역지자체 투표로 바뀐다. 최종적으로 국회의원 295표, 지방 조직 47표를 합산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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