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동차 보다 수익률이 높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자동차 품목관세(25%) 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과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그대로 묶어 놓고, 반도체와 의약품 산업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관세에 대해 얘기하며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margin)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에 자동차 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함에 따라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꽤 상당한 관세"를 예고하며 한 때 "100%"를 거론한 바 있으며,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를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 행정부가 15%로 낮추기로 약속한 자동차 관세를 25%에 그대로 묶어 놓고,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로 압박을 하는 것이어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및 바이오 업계는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비용을 감내하고 현지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발언이 나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공장 건설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 상위 20개 품목 중 메모리모듈(3위)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6위)의 수출액은 각각 69억9518만 달러와 52억 7951만 달러로 집계됐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전 세계 최대 시장(18%)인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연방 관보에 따르면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에 대해 15~29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무부는 특정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면 60일 내로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이들 원재료로 만든 파생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사와 협회가 새로운 품목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매년 5월, 9월, 1월에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지난 5월 접수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6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에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을 관세부과 대상으로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