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탈원전은 아니다"라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말과 행동은 정반대다.
내년도 재생에너지 예산은 1조 2703억 원으로, 원전 예산(5194억 원)의 2.4배에 달한다. 태양광과 풍력 지원은 급증했지만, 원자력 지원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제한적 연구개발에 그치고 있다. 결국 탈원전은 아니라고 했던 공약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 첨단 제조업 고도화는 모두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단순한 수급 균형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간헐적이고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안정적인 기저발전을 책임질 원자력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결국 국가 에너지 정책도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진보 진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세계는 이미 미래를 향한 투자를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민간 핵융합 기업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상업적 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구글은 이 회사와 장기 전력 구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핵융합은 더이상 미래 공상이 아니다. 2030년대 초반 상업적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한 기술 경쟁은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원자력과 핵융합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자, AI 시대 초고도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미래적 해법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방향은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구시대적 이상에만 맞춰져 있다. 비용과 효율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빠져 있다. 재생에너지는 보조금과 규제 보호 아래서만 유지될 뿐, 기저발전 없이 독립적 시스템으로는 작동하기 어렵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그 결과가 나타났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풍력과 태양광에 의존했던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은 치솟았고, 에너지 안보는 취약해졌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국민을 또다시 에너지 비용 상승의 길로 내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자신의 SNS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력원으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을 짓고 의존해온 어떤 주들이건 전기와 에너지 비용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이건 세기의 사기극이다." 과장된 수사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발언의 본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미명 아래 국가 에너지 전략의 균형추를 잃어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상적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감각이다. 현재의 원자력과 미래의 핵융합을 외면한 채 재생 신화에 집착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기의 사기극’에 스스로 발을 담그는 꼴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