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예일大가 분석했더니...

옷·신발값 40% 안팎 오르고 GDP 매년 0.4%씩 감소
관세를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美 수입업체들이 내고 물건값 올려 소비자들에 전가
월마트·포드·나이키 등도 관세 탓에 줄줄이 가격 인상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관세’의 부메랑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한 운동화 매장 모습. /연합

‘트럼프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이 됐다. 미국의 평균 유효관세율이 올해 초 2.5%에서 단 7개월만에 18.3%로 뛰었다. 이는 1934년 이래 91년만에 최고치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7월 31일 발표해 8월 7일부터 적용 예정인 교역상대국별 ‘상호관세’ 영향까지 반영돼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예일대 예산연구실(TBL) 분석을 통해 올해 들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들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물가 수준 1.8% 상승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가구당 수입이 2025년 달러 가치 기준으로 2400 달러(330만 원)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특히 의류와 직물 부문에서 물가상승 폭이 클 전망이다. AP통신이 인용한 미국의 관련 업계 단체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신발 중 97%가 수입품이며, 중국을 필두로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이 이 품목의 주요 대미 수출국이다.

관세 부과의 효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신발과 의류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각각 40%와 38% 오르고, 장기적으로 각각 19%와 17% 높아진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일대 TBL은 전망했다.

올해 들어 이뤄진 관세 부과조치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0.5%포인트 감소에 이어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매년 0.4%포인트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2024년 달러 가치 기준으로 연간 1200억 달러(170조 원) GDP 감소에 해당한다.

AP통신의 지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마치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 내의 수입업체들이 관세를 내는 것이며 이들은 이에 따른 영향을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다.

다른 나라들의 수출업자들이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뺏길까봐 가격을 내리고 이익을 희생할 수 있지만, 골드만삭스 소속 경제분석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 중 5분의 1만 다른 나라 수출업자들이 흡수했다. 나머지 5분의 4는 미국인들과 미국 기업들이 부담했다. 월마트, 프록터앤드갬블, 포드, 베스트바이, 아디다스, 나이키, 마텔,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등이 모두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 탓에 가격을 인상했다.

뉴욕 맨해튼 소재 뉴욕법학전문대학원(NYLS) 국제법센터의 배리 애플턴 공동소장은 "이것(수입관세)은 소비세의 일종이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영향이 더 크다"며 "운동화, 배낭, 백색가전, TV도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비디오 게임기도 가격이 오른다. 왜냐하면 이런 물건들 중에서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7일부터 미국이 고액의 수입관세율을 적용할 나라는 브라질(50%), 시리아(41%), 라오스·미얀마(각 40%), 스위스(39%), 캐나다·세르비아·이라크(35%) 등이다. 애플턴 공동소장은 "(관세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지는 의심스럽고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모두가 패배자"라고 평가했다.

미국 통상관료 출신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부총장을 지낸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학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AP통신에 "최대 승리자는 트럼프"라며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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