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희망의 메아리’ 등 대북 방송이 전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귀순자들이 이 방송을 몰래 들으며 바깥 세상을 동경하고, 세습·독재 체제의 모순을 깨달았다고 증언해왔다. 지난달 대북 전단 살포도 못하게 됐으니 이제 북녘에 자유의 기운을 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1980년대 공산권에 자유와 희망을 전한 이들은 록 뮤지션들이었다. 빌리 조엘은 1987년 여름 소련 순회공연에 나섰다. 그가 열창한 ‘굿나잇 사이공’(1982)은 얼어붙은 동토(凍土)에 화해와 사랑을 전한 감동의 무대였다. 빌리는 이 공연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적자가 날 것을 알았지만 자유의 음악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이해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어나더 브릭 인 더 월’(1979)은 개인을 억압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주제지만, 급진적인 가사로 국내에서 한때 금지곡이었다. 그러나 미군방송(AFKN)과 ‘빽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음반은 비슷한 방식으로 소련으로도 유입돼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국계 록 뮤지션 빅토르 최도 그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곡 ‘혈액형’(1988)은 독재를 혈액형처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저항의 가사다. 그는 1990년 돌연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이런 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내 깃털은 비에 젖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날아가리"라고 노래했던 동독 밴드 씨티의 ‘창가에서'(Am Fenster, 1978)도 빼놓을 수 없는 자유와 저항의 찬가다.
통일부장관이 될 지체높은 분은 북한정권이 주적이 아니라 하고, 대북 방송과 풍선마저 사라진 대한민국이 낯설기만 하다. 북한 인권과 자유, 그리고 해방을 노래하는 진짜 록밴드의 출현을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