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대형참치가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무더기로 잡혀 화제다. 그런데 지난 6일과 8일 이틀 차이로 무더기로 잡힌 참치가 한쪽 어민들에겐 말 그대로 ‘로또’가 됐고 다른 한쪽 어민들에겐 ‘눈물’이 되고 말았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 6일 영덕 강구면 삼사리 앞바다에 쳐둔 정치망 그물에 길이 1~1.8m, 마리당 무게도 30~150kg에 달하는 참치가 62마리나 걸려 어민들을 놀라게 했다.
총 무게만 8746kg를 기록했고 잡은 참치는 전량 강구수협 위판장에서 3439만원에 낙찰됐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150kg을 넘는 대형 참치가 가끔 잡히긴 해도 1~2마리 수준이고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참치는 10kg 안팎"이라며 "이렇게 대형 참치가 무더기로 잡힌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래 다음으로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참치는 지난 2월엔 역시 영덕 앞바다에서 1.6m 길이에 무게가 314kg에 달하는 참치 한 마리가 잡혔는데 105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편 이틀후인 8일 강구항 앞바다 20km 해상에 쳐둔 정치망 그물에 무게 100kg이 넘는 대형 참치가 무려 1300여마리가 잡혔다. 그러나 이날 잡힌 참치들은 지난 6일 어민들에 ‘로또’를 선사한 것과는 달리 폐기돼 가축사료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참치를 잡은 어민은 "작은 크기의 참치는 제값을 받지 못하지만, 오늘 잡힌 대형 참치는 몸값도 만만찮은데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하니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틀 차이로 어민들의 명암이 갈린 이유는 국제수산기구가 국가별로 정한 어획 쿼터(한도) 때문이다. 어족자원 관리를 위해 마련된 이 제도로 쿼터가 소진되면 해당 연도 남은기간 동안 이획이 금지된다.
지난해 남해안의 대형선망에 편중된 국내 쿼터는 1219t. 같은 해 경북 쿼터는 185t이며 올해 경북 쿼터는 작년보다 줄어든 110t이다.
9일 현재 영덕의 한계 쿼터량 45t을 초과했기 때문에 8일 잡힌 1300여 마리의 참치는 전량 폐기 결정된 것. 경북도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에 동해안의 참치 쿼터를 더 즐려 줄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덕·울진·포항 등 동해안 경북지역의 참치 어획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0년 3372t에 불과했지만 2024년엔 16만 3921t으로 5배가 넘게 늘었다. 강원도 앞바다에서도 종종 200kg이 넘는 참치가 잡힌다.
이렇게 동해안에서 참치 어획량이 급증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참치의 먹이가 되는 부시리·삼치·고등어 등 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으로 유입되며 대형 참치들이 따라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온도 변화의 폭이 매우 작은 해수는 1도만 오르거나 내려도 해양 생물의 생태계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